檢, 주범 343억 추징·일당 30명 각각 2~10년 실형 등 법원에 요청
"피고인 동일한 목적 없어… 단체나 집단에 속하지 않았다" 변론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가 지난 8월 29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역 7년으로 감형된 속칭 '건축왕' 남헌기의 2심 선고에 대해 검찰의 상고를 촉구하고 있다. 2024.8.2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검찰이 전세사기 사건 중 처음으로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해 이목을 끈 속칭 '건축왕' 사건의 추가 재판에서 주범인 남헌기(63)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일당 30명 모두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손승범) 심리로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사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 위반, 범죄집단조직 혐의로 기소된 건축업자 남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343억원을 추징해달라고 했다.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남씨의 딸을 비롯한 공인중개사 등 30명에게는 각각 징역 2~10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의 사기죄 부분만 하더라도 피해자가 300여명이 넘고, 관련 피해자 4명이 지난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면서 "피해자들은 여전히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당연한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안전한 주거생활을 꿈꿨던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노년 등 피해자들은 부동산의 실소유주도 알지 못하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며 "현행법을 위반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불법적 거래 방식에 경종을 울려달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남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563명에게서 전세보증금 453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이날 열린 재판은 그중 2차 기소된 사건(세입자 372명, 전세보증금 305억원)에 대한 것이다. 남씨는 100억원대 회사 자금을 횡령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 검찰 "남씨 일당, 조직적으로 사기 범죄" 엄벌 구형


검찰은 또 이들이 조직적으로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임대인, 공인중개사 등 범행 가담 정도가 많은 18명에게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했다. 전세사기 사건을 저지른 일당에게 범죄집단조직 혐의가 적용된 것은 처음이었다.

형법상 범죄집단조직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4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단체·집단을 조직하거나 가입해 구성원으로 활동한 경우 적용할 수 있다.

만약 재판부가 범죄집단조직 혐의를 인정하면 단순 가담자도 조직 범죄의 형량을 적용받아 처벌이 무거워질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남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징역 15년)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

■ 피고인들 "범죄 목적 단체·집단에 속하지 않아" 반박


피고인들의 법률대리인들은 "범죄집단조직죄는 범죄와 관련한 목적의 동일성, 범행 가담 의사 등이 중요한데, 피고인들에게는 동일한 목적 없었다", "피고인들은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집단에 속하지 않았다"고 변론하는 등 혐의를 부인했다.

처음 기소된 사건 1심에서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남씨는 지난 8월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징역 4~13년을 선고받았던 나머지 9명도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8월30일자 4면 보도="범죄자 건축왕, 면죄부 판결… 피해자들 더 큰 어둠에 갇혀")

범죄집단조직죄가 적용된 이번 2차 기소 사건에 대해선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법원의 범죄집단조직죄 인정 여부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