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곳곳 개화… 평균 24.7℃
주민들 "신기하지만 기후 걱정"
17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팔달구 매산초등학교 옆 도로변. 울긋불긋 단풍이 든 나무 사이에 있는 벚나무 한 그루에 벚꽃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흰색과 분홍색의 꽃잎이 나뭇가지 사이사이를 장식했고, 주변의 앙상한 나뭇가지와 사뭇 대조되는 화사한 모습에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은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시민들도 있었다.
꽃이 반가우면서도 일부 시민들은 계절을 착각한 벚꽃을 보며 우려하기도 했다. 주민 차순자(70)씨는 "이쪽 길을 자주 지나는데, 10월에 벚꽃은 처음 본다"며 "신기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상기후로 자연이 변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용인시 기흥구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는 때아닌 철쭉이 개화했다. 꽃봉오리부터 활짝 핀 꽃까지 가을에 보기 힘든 진풍경이 펼쳐졌다. 또 안양시 동안구의 한 아파트단지 내에는 개화기가 5월인 붉은병꽃나무가 피어 있었다.
경기도 곳곳에서 때아닌 봄꽃이 개화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4.7도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9월 평균기온을 기록했다. 꽃은 낮의 길이와 온도 등의 영향을 받는데 올해 늦더위로 인해 평년과 다르게 봄꽃이 피기 좋은 조건이 형성, 가을에 개화한 것이다.
특히 대표적인 봄꽃인 벚꽃은 이상기후로 인해 점차 개화 시기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벚꽃 개화 시기는 점점 앞당겨졌지만 올해는 잦은 비와 낮은 3월 평균 온도로 지난해보다 1~3일 정도 더 늦어졌다. 이 때문에 도내 지역 곳곳에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탓에 올해 9월에는 평년보다 따뜻한 기온이 지속되면서 개화 시기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봄꽃이 가을에 피는 현상은 과거부터 있었던 현상이라면서도,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국식물생태보감 저자 김종원 전 교수는 "꽃은 계절과 관계없이 낮 길이와 온도가 맞으면 언제든 필 수 있지만,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더 자주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기후 변화에 따른 식물의 대응인 셈인데, 이상기후가 지속되면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18일부터는 전국이 차차 흐려져 비가 내리겠고, 기온도 다소 내려갈 전망이다.
/김준석기자·김태강수습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