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국제웹툰페어 해외 바이어 사로잡아
독자가 목소리 선택… 음향효과 눈길
AI 접목한 ‘덥라이트’ 빨라진 녹음 시간
‘아르미안의네딸들’ 등 고전 작품 활용
경기도 스튜디오 설립, 웹툰 제작 예정
종이 만화책에서 웹툰으로 변화했던 만화가 이번엔 목소리 연기와 음향효과 등 연출을 입힌 ‘플레이툰’으로 진화한다.
18일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킨텍스가 주관한 ‘2024 경기국제웹툰페어’에서 두비덥(DOBEDUB)은 만화애호가들에게 차세대 만화시장을 선보였다.
이날부터 20일까지 고양 킨텍스 2전시장 9홀에서 진행하는 웹툰페어에는 만화 콘텐츠를 공급하는 IP사와 사설 만화학원, 만화 학과가 있는 대학교, 만화교육서적 출판사 등이 참여했다.
70여개 부스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푸딩툰이다. 푸딩툰은 두비덥이 만든 플레이툰 플랫폼으로, 지난 8월 시범서비스를 오픈한 상태다.
플레이툰에서는 웹툰 하단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웹툰을 성우들이 연기한다. 마치 라디오극장처럼 음향효과까지 가미돼 귀로 드라마를 듣는 듯 생생하다. 듣던 중간에 스크롤을 움직이면 성우 연기는 바로 멈춘다. 플레이툰과 이미지로 즐기는 웹툰이 힘들이지 않고 바로 전환된다.
성우를 고객 스스로 고를 수 있는 것도 새롭다. 등장인물 A를 연기한 성우가 여럿일 경우, 웹툰 소비자는 마음에 드는 목소리를 선택할 수 있다. 목소리의 색깔에 따라 웹툰이 새로운 버전으로 변화된다.
푸딩툰을 만든 두비덥은 이러한 ‘사용자 능동선택 보이스 캐스팅 시스템’에 대해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에서도 특허를 확보했다.
과거에도 웹툰을 음성화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배역을 맡은 성우들이 한데 모여 음성을 입히는 작업은 드라마 한편을 찍는것 만큼이나 작업에 시일이 걸렸다. 소량 생산은 시장형성에 장애였다.
두비덥은 이 문제를 풀어내는 기술, 일명 ‘덥라이트’ 개발에 전력을 투입했다.
안성진 CEO는 “내년에는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플레이툰이 2천여편에 이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거에는 연기자들이 특정 시점에 특정 장소에서 모여야 녹음이 가능했지만, 덥라이트에서는 성우가 각자 원하는 시간에 녹음실에서 자기 역을 녹음하면 각 음성들이 한데 묶여 자동으로 한편의 오디오드라마가 탄생한다.
천경아 전략기획실장은 “앞으로는 녹음조차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며 “AI소음제거 기술이 탑재되므로 해외에서도 방음 장치가 없는 본인의 집에서 인터넷으로 덥라이트에 로그인해 직접 녹음하고 저장만 하면 된다. 글로벌 마켓 확장과 저작물 대량 제작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툰페어 기간 동안 두비덥은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 펀길드 등 다수의 해외 바이어들에게서 호응을 이끌어냈다.
두비덥은 콘텐츠의 폭도 넓혀가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푸딩툰을 통해 80~90년대 클래식인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네딸들’을 플레이툰으로 서비스하기로 계약했다. 김혜린 작가의 ‘북해의별’도 검토 중에 있다.
한국만화의 고전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고퀄리티 플레이툰으로 완성해 OST와 뮤지컬까지도 연계한다는 그림이다.
지금까지는 만화 콘텐츠를 가진 회사와 계약을 맺는 형태였지만, 아예 만화 제작에도 나선다.
경기도에 웹툰제작스튜디오를 설립하고,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과 산학협력에 나설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두비덥은 스스로를 ‘Global Voice Bank(세계적인 음성 은행)’을 지향하고 있다.
음성 저작권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고 법제화하는 것이 목표다. 가수가 음원에 대한 저작권을 행사하듯, 목소리 예술인인 성우도 그와 같은 저작권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플레이툰을 통해 쌓는 각 성우의 목소리연기는 데이터로 쌓여 특정인의 목소리로 연기하는 AI를 탄생하는데 일조하게 될 것이다.
안성진 CEO는 “두비덥의 궁극적 비전은 두비덥에 음성을 공급한 모든 성우들의 음성저작권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정산되고 보호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