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하던 중국어선도 안 보여
위판량 작년 동월 대비 50% 이상↓
"매년 9월부터 11월까지가 꽃게 대목인데 올해는 거의 안 잡혀. 올여름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 건지 수온이 오르고 물때(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기)도 달라졌단 말이지."
인천 옹진군 연평면 서부리경로당에서 만난 라종임(84) 할머니는 푸념하듯 이렇게 말했다. 그물에 걸린 꽃게를 분리하는 일을 한다는 라 할머니는 "어부들이 그물을 건져 올려 보면 팔만한 꽃게가 거의 없다고 걱정한다"며 "꽃게가 잘 잡히지 않아서인지 중국어선도 요즘엔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연평어장에서 꽃게잡이를 하는 연평도 주민 김연숙(58)씨도 꽃게가 지난해의 10%도 채 잡히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높아진 수온, 폐그물 등 늘어난 해양쓰레기가 꽃게 어획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연평도 당섬 선착장 주변에는 죽은 꽃게들이 달라붙은 폐그물이 가득 쌓여 있다.
김씨는 "대연평도 어민들이 자비로 1천500여만원을 모아 폐그물을 소각도 해봤지만 역부족이다"며 "지금 꽃게를 많이 잡아놓지 못하면 내년 생활이 어려워진다. 폐그물 처리만이라도 해결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꽃게를 주재료로 하는 식당 상인들의 고민도 깊다. 연평도에서 꽃게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귀숙(61)씨는 "요리에 쓸 꽃게를 미리 구해놔 아직 장사에는 큰 영향이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꽃게 어획량이 확연히 줄어든 건 사실이다. 어획량이 줄면 자연스레 도매가도 비싸질 텐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했다.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로 마음 졸이는 연평도 주민들이 주요 생업인 꽃게잡이마저 시원치 않아 한숨짓고 있다. 연평도 인근 해역 수온이 높아진 데다, 폐그물 문제까지 겹쳐 꽃게 어획량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연평도 안보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17일 방문했을 때 연평부대 측은 섬 인근 해역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 30~40척이 서쪽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섬 주민들은 꽃게가 잡히지 않아 그런 것으로 짐작했다.
경인서부수산업협동조합(옛 옹진수협)이 집계한 지난달 연평어장 꽃게 위판량은 총 152.5t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위판량(313.9t)보다 50% 이상 감소한 수치다. 어민들의 주요 수입인 위판액도 지난해 9월에는 13억8천200만원이었는데, 지난달엔 7억2천700만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 그래프 참조
인천시 수산과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꽃게가 많이 잡혔기 때문에 올해 어획량 감소가 더 눈에 띄는 것 같다"며 "어장뿐 아니라 어선마다도 꽃게를 잡는 양이 달라서 어획량 감소를 특히 많이 체감하는 어민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연기자·송윤지수습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