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공공도서관 대출 예약 350명
'아시아 女 최초 노벨문학상 호명' 스웨덴 관심
올해의 주인공 한강 초상화 걸어
전 지역서 동나 재인쇄에 돌입
지난 3월 초청 당시 1천명 몰려
"그녀의 수상은 아주 좋은 선택"
"그녀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잖아요. (스톡홀름에서 한강의 책을 구하려면) 꽤 오래 기다려야 할 겁니다. (She is the Nobel prize winner. You should wait a long time.)"
스웨덴 스톡홀름 쇠데르말름에 있는 '트란스트뢰메르 공립도서관'(Transtromerbiblioteket)에서 만난 사서는 도서 검색 프로그램에 'han kang'을 검색해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어로 쓰인 원작 도서를 포함해 스웨덴어, 영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된 도서들이 모두 대출 중이었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이름이 호명된 스웨덴 현지에서도 그의 작품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
지난 15일 오후 6시께(현지시간)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201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이름을 딴 도서관에 들어서자 올해의 주인공인 한강의 초상화가 눈에 띄었다.
이 도서관을 비롯해 스톡홀름의 모든 공공도서관에서는 스웨덴어로 출간된 한강의 '소년이 온다'(levande och doda), '채식주의자'(Vegetarianen), '흰'(Den vita boken), '작별하지 않는다'(Jag tar inte farval) 등 4개 도서가 전부 대출 중이었다. '채식주의자'만 해도 스톡홀름 내 공공도서관들의 대출 예약자 수가 이미 350여 명에 달한다는 사서의 말에 입이 쩍 벌어졌다.
사서는 "스웨덴어는 물론 한국어로 된 책들도 모두 예약자가 많다"며 "이 책(채식주의자)을 읽고 싶다면, 우리 도서관의 40번째 예약자로 등록해주겠다"고 농담을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한글 점자의 날'(11월4일)을 앞두고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스웨덴을 찾은 경인일보 취재진은 현지 곳곳에서 한강의 높은 인기를 실감했다. 스웨덴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출간을 정부에서 장려하는 점자 콘텐츠 선진국으로 평가받는다. 인천 강화군 출신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이 만든 한글 점자 '훈맹정음'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잘 활용할 방안을 찾기 위해 기획된 이번 해외 취재에서 얻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한국의 경사를 축하합니다!(Congratulation for your country!)" 스톡홀름에서 서점 '감라스탄 북핸들'(Gamlastans Bokhandel)을 운영하는 헬레나 란드베리(Helena landberg)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에게 축하 인사부터 건넸다.
이튿날인 16일 오후 1시께 방문한 이 서점에서도 한강의 책은 이미 매진 상태였다.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한강의 책은 스톡홀름 전 지역 서점에서 모두 팔려나가 재인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강의 오랜 팬이라는 헬레나 란드베리는 "6년 전에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스토리가 약간은 어둡지만 중요한 주제(a little bit dark but it's a serious subject)를 다루고 있어 좋았다"고 했다.
한강은 올해 3월 '작별하지 않는다'의 스웨덴 출간을 기념해 스톡홀름과 우메오(Umea)에서 열린 국제문학축제에 초청됐다. 당시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는 약 1천명이 한강을 보러 몰려왔다고 한다. 강연을 지켜본 헬레나 란드베리는 "한강 작가가 쓴 '희랍어 시간(Greek lesson)' 등 더 많은 책이 스웨덴어로 번역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I think it was a very good choice. she is rather a young woman because the Nobel Prize winners are normally really old people, often men."(젊은 여성인 한강에게 노벨상이 주어진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노벨상은 보통 나이가 많고 남자들에게 종종 주어졌기 때문이죠.)
스웨덴 스톡홀름/백효은·정선아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