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적용 엄벌 처할 대상
유능한 검찰 동원 왜 처벌 안하나
비판자들 공산주의로 몰아선 안돼
상식·공정 부응 정치복원 바랄뿐
이런 말들을 듣고 보면 50년 전의 유신독재 시대를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1972년 가을, 독재자는 영구집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그에 대한 털끝만큼의 비판이 있으면, 그런 비판 세력은 무조건 '반국가 세력' 및 '반국가 단체'라는 딱지를 붙여 혹독한 탄압을 가했다.
내가 겪은 경험을 기억한다. 유신 선포 직후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함성'이라는 유인물을 제작하여 몇 군데에 뿌렸다. 내용은 반민주의 유신을 비판한 글이었다. 악법을 비판한 내용만으로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리기가 어렵자, 몇몇 학생들이 데모나 한번 하자고 모여서 논의한 사건과 결부시켜 '반국가 단체 구성 예비음모'라는 죄명으로 모두를 구속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나는 그때 교사 신분으로 유인물의 제작은 물론 학생들의 식당 모임 자체도 모르는 사실인데, 엄청난 고문으로 허위 자백한 학생들의 진술만으로 '함성'지 제작을 지령하고, 학생들 모임도 지시한 수괴로 둔갑하여 구속되고 말았다. 1심 재판은 모두 유죄로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나는 무죄를 선고받고 학생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수괴는 무죄이고, 하범들은 유죄인 그런 엉터리 재판이 있었던 때가 그 시절이었다. 권력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반국가 단체,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정권 보위에 부역하던 법률이 국가보안법이라는 사실이 뚜렷이 증명된 사건이 바로 유명한 '함성지사건'이었다. 우리는 그런 혹독한 독재 시절을 겪으며 살아왔었다.
유신독재는 그렇게 무서운 죄악을 저지르는 일이 일상이었다. 이른바 '인혁당 재건 사건'이라는 희대의 사법살인이 감행되었고, 수많은 긴급조치 위반자 또한 말 한마디에 10년, 20년의 징역살이를 해야 했던 그런 때였다.
권력의 비판 세력은 공산 전체주의자들이라고 매도하여 언제라도 가혹한 처벌을 가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고 있는 것 같아 요즘 지도자의 언어는 너무나 무섭다. 지도자의 말은 온유해야 한다. 공자는 정치는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는 일이어야 한다고 했다. '안백성(安百姓)'이 어렵다면 무섭고 공포스러운 언어라도 삼가야 하지 않겠는가. '반자유' '반통일' '반국가 세력'들이야말로 참으로 무서운 범죄자들이다. 바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엄하게 처벌해야 할 세력이다. 그렇다면 검찰국가에서 유능한 검찰을 동원해서 그들을 처벌하지 않고 있음은 어쩐 일인가.
지도자의 무서운 언어를 들으면서 유신의 망령을 떠올리고 5공 독재의 그 가혹한 정치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지지 세력이 줄어들고 긍정 평가가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해도 비판자들을 공산주의자나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군사독재 세력의 전가의 보도를 우리 국민들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악독한 범죄자로 몰아도 우리 국민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빤히 보이는 그런 하책으로 국민을 탄압한다고 따라 줄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민심을 수렴하고 비판 세력의 올바른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정치를 해야 한다. 무시무시한 폭언으로 국민을 겁주어 강제로 따르게 하는 그런 정치 시대는 진즉 끝났다. 그야말로 상식과 공정에 부응하는 그런 정치가 복원되기만 바랄 뿐이다.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