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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총은 경주시 중앙동에 있는 신라 고분(古墳)이다. 고분은 문자 그대로 옛 무덤이란 뜻이다. 능은 왕과 왕비, 원은 왕세자·세자빈·후궁·왕의 부모, 묘는 왕실 가족과 사대부와 일반인, 총(塚)은 유물이 있고 주인을 알 수 없는 무덤을, 분(墳)은 주인도 알 수 없고 유물도 없는 무덤을 가리킨다.

서봉총은 1926년 스웨덴의 왕세자이자 고고학자인 구스타브 아돌프가 발굴 작업에 참관하여 직접 세 마리 봉황이 장식된 금관을 채집하였기 때문에 스웨덴을 가리키는 한자명인 서전(瑞典)의 서(瑞)자와 봉황의 봉(鳳)자를 따서 서봉총이란 이름을 붙였다. 고고학 전공자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말에 따르면 봉황 새 문양의 금관을 이미 발굴한 상태였으나 때마침 발굴 현장을 방문한 왕세자인 구스타브 공작을 배려하여 구스타브 공작이 금관을 발굴하는 것처럼 꾸미는 장면을 연출하여 사진만 찍은 것이라고 한다.

영어를 비롯하여 외국어 사용이 보편화하기 이전에는 다른 국가 명을 한자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스웨덴을 가리키는 서전도 그렇지만 특이한 국명이 많아 혼선을 빚기도 한다. 가령 스위스는 서서(瑞西), 오스트리아는 오지리(墺地利), 튀르키예의 옛 국명 터키는 토이기(土耳其), 핀란드는 분란(芬蘭), 벨기에는 백이의(白耳義), 아르헨티나는 이이연정(亞爾然丁)이라고 한다.

서전 곧 스웨덴과 우리가 국교를 맺고 수교하기 시작한 것은 1959년으로 올해로 꼭 65주년이 됐다. 스웨덴의 현 국왕은 칼 구스타브 16세이다. 서봉총 발굴에 참여했던 아돌프 공작이 현 국왕의 아버지인데, 그는 1973년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현 국왕 구스타브 16세는 조부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았다.

노벨상은 매년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기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노벨상은 구스타브 국왕이 직접 시상한다. 참고로 노벨문학상은 작품상이 아니고 생존해 있는 현역 작가에게 수여되는 상이기에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란 말은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이번 작가 한강의 제121회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아버지 구스타브 공작의 뒤를 이어 현 국왕까지 스웨덴 왕실과 우리는 계속해서 흥미로운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