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코로나때보다 나빠"
인천 폐업 신고 작년 첫 6만명 넘어
불경기에 고물가·고금리 상인 한숨
"여기서만 10년 가까이 영업하고 있는데 요즘 체감 경기가 최악입니다."
인천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인천 남동구 구월동 '궐리단길'은 적막했다. 2020년부터 식당과 카페 등 크고 작은 업체가 모여 형성된 유명 상권이다. 하지만 최근 이 일대는 몇몇 카페만 영업을 하고 있을 뿐 거리 곳곳에선 건물 외벽에 '임대'라고 써붙인 빈 점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건물은 1층 전체가 공실인 상태였다.
부동산 공인중개사 권모(47)씨는 "반년 가까이 구월동 일대 매물이 거래되지 않고 있다"며 "월평균 600만원이던 임대료가 30~40% 인하됐지만 찾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며 "거래는 되지 않는데 점포를 내놓기를 희망하는 상인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매출 부진 등의 이유로 폐점을 고려 중인 이 일대 상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동현(33)씨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월 매출액이 30% 정도 감소했다"며 "임대료 내기도 벅차다. 올해 말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내년 2월엔 점포를 내놓을 생각"이라고 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지난해 인천에서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사업자는 6만3천651명이다. 이는 전년(5만4천247명)보다 17.3% 증가한 수치다. 인천에서 한 해 동안 폐업한 사업자 수가 6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인천시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폐업하는 소상공인을 위한 철거비 지원 등으로 올해 예산 1억원을 배정했는데, 거의 소진된 상태"라며 "체감상 폐업을 하거나 고려 중인 소상공인들이 최근 들어 더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 표 참조
소상공인의 폐업 사유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매출 감소 등 '사업 부진'이다. 지난해 인천 전체 폐업자(개인·법인사업자)의 48.7%(3만965명)가 이런 이유로 문을 닫았다. 동일한 사유로 2021년엔 2만3천984명이 폐업했는데 2년 만에 3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증가하는 주된 원인으론 위축된 내수 시장 상황 등이 꼽힌다. 이달 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실질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마이너스(-) 2.4%로,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이 지수는 생필품 등을 파는 2천700개 기업의 판매액에서 물가 상승분을 뺀 값이다. 지수 증가율이 0보다 작으면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이전보다 나빠졌다는 의미다.
인천 남동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1)씨는 "불경기에 매출이 줄어든 상태에서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한 달 순수익이 채 200만원도 되지 않을 때가 있다"며 "한시적이라도 임대료 지원 등 정부의 전향적인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