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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은 지역사회부(구리) 차장
"또다시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 된 건가요?"

이달 초 국토지리정보원이 국가지명위원회를 열고 한강 33번째 다리 명칭을 '고덕·토평대교'로 발표하자 경기 구리시와 서울 강동구는 한껏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두 지자체가 단독 지명 분쟁으로 치열한 갈등 양상을 보이며 치킨게임의 그림자가 엄습하자, 지명위가 '양념 반-후라이드 반' 식의 작명 센스(?)를 보인 탓이다.

구리시와 강동구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의 청구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고덕토평대교는 세종∼포천고속도로(안성∼구리 간) 14공구에서 건설 중인 총길이 1.73㎞ 길이 교량이다. 구리시 토평동과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을 연결해 올해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건설 초기단계부터 삐걱댄 구리시와 강동구는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다. 구리시는 연결된 다리의 87% 이상이 구리시 관내 행정구역인 만큼 '구리대교'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강동구는 서울시가 분담금을 냈으니 '고덕대교'로 불려야 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실 양측의 분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지역은 이미 한강 31번째 다리인 구리암사대교(강동구 암사동~구리시 아천동·2006년 9월 착공, 2014년 11월 개통)의 명칭을 결정할 당시에도 각각 '암사대교', '구리대교' 명명 마찰을 빚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공동 지명의 단초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공동지명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먼저 운전자들의 혼선과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또 그간 한강 위에 건설된 30여개의 타 교량들이 모두 단일 명칭으로 지어진 만큼, 사실상 단일 명칭으로 통용돼 반쪽짜리 다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공동지명인 구리암사대교는 개통 이후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당수의 언론매체에서 '암사대교'로 표기된 채 각종 뉴스와 정보들이 전달돼 사실상 '암사대교'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구리시는 지난 7월 국가지명위원회 1차 회의 이후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기존의 구리·암사대교를 암사대교로, 고덕토평대교를 구리대교로 변경해달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명칭 분쟁은 단순히 지자체 간 갈등을 넘어 시민과 정치인들까지 합세한 '집단 기싸움'으로 규모가 크게 번지고 있다. 더 깊은 반목과 갈등의 우려를 낳으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태의 해결 열쇠를 쥐고 있는 국가지명위원회가 "구리대교, 고덕대교는 심의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하고 구리시, 강동구에 합의지명 제출을 요청하는 등 해야 할 일을 떠미는 식의 행위나, 해당 지자체의 참석도 없이 2차 회의를 열어 일방적으로 '고덕·토평대교'로 결정한 행정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아쉬운 대목이다.

구리시와 강동구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서울시 편입이 논의될 만큼 유사한 생활권을 가진 지역이다. 그만큼 두 지역을 이은 33번째 다리는 원활한 교통이라는 기능적 역할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향유하고 돈독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명위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자체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고 끊임없이 협상 테이블을 주선해 양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시민들은 지명위의 지혜로운 혜안을 원한다.

/하지은 지역사회부(구리) 차장 z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