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치맥… 스트레스 해소 공간
20·30대 여성층에겐 '핫플레이스'
경기력 저하에 흥미 더하는 역설
프로스포츠 변화 사회 발전 증표
내년 시즌 kt 위즈 승리하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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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프로야구의 열기가 뜨겁다. 정규시즌에서 천만 관중을 돌파했고, 포스트 게임도 연일 매진 행진이다. 최종 챔피언을 가리는 코리안 시리즈는 올해 야구 인기의 정점을 이룰 것이다. 프로야구는 2024년 히트 상품이다.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은 스포츠를 정치에 활용했다. 집권기간 내내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상과업으로 설정했다. 프로복싱 외에 인기 구기종목인 야구와 축구를 프로화하고 민속씨름도 적극 지원했다.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대중오락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3S(스포츠, 스크린, 섹스)는 우민화(愚民化)정책으로 비판받았다. 1981년 12월 프로야구 창립총회에서 KBO(한국야구위원회) 서종철 초대 총재는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꿈을 키워주며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에게 밝고 건강한 여가선용"이 프로야구 출범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다음해 3월27일,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야구장에서 전두환 대통령의 시구로 프로야구는 개막되었다. 시작은 우민화 정책이었을지 몰라도 40여 년이 지난 지금, 프로야구가 국민들에게 '건전한 여가'로 자리 잡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프로야구 인기의 원동력은 경제성장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여가를 찾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우리나라의 1인당 명목 국민소득은 144만원이었다. 작년은 4천405만원이다. 30배 성장했다. 정부예산도 9조5천억원에서 올해 612조1천억원으로 60배 늘어났다. 삼성라이온즈의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매출은 1982년 1조원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는 258조원, 주가는 80원대에서 최근에는 6만원 내외로 상승했다. 수백배 오른 것이다.

프로야구의 발전도 비약적이다. 원년에는 6개팀이 참여하여 총 240게임, 143만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금년에는 10개팀, 총 720게임, 1천88만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경기 수는 3배 증가했지만 관중은 6배가 늘었다. 야구장 인프라도 확충되었다. 내년에 대전 한화 이글스 야구장이 완공되면 1980년 이전에 건설된 야구장은 모두 사라진다. 관중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더 재미있게 야구를 즐길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야구의 위기감은 높았다. 올림픽 금메달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의 성적을 거두었던 한국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예선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야구문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응원문화는 전세계 야구팬의 관심 대상이다. 앰프를 이용하여 분위기를 띄우고 치어리더가 관중의 호응을 유도한다. 코로나 시기에 억눌렸던 야외활동 욕구가 야구장에서 분출했다. 스탠드에 모인 팬들은 다같이 노래하고 춤춘다. '치맥'도 곁들인다. 야구장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이 되었다. 특히 20·30대 여성층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들에게 야구장은 핫 플레이스다. KBO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숏폼 동영상 마케팅을 통해 젊은층에게 소구하고 있다. TV중계기술도 한몫했다. 중계 카메라는 경기흐름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팬들을 추적하여 스토리를 만든다. 이들이 준비한 응원패널도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여기에 TV 프로그램 '최강야구'도 기여했다. '야구 예능'이라는 새로운 포맷은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었고 이들을 경기장으로 안내했다. 마지막으로 경기력의 저하가 야구의 흥미를 더 높이는 역설도 발생했다. 결정적 순간에 발생하는 실책은 끝날 때까지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아마추어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는 자주 등장하고 팬들은 이에 열광한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지난 40여 년간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카데미상과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보유한 문화강국이다. 또한 올림픽 5위권의 스포츠강국이기도 하다. 프로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과 여가활동의 변화도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증표의 하나라고 진단해본다.

사족 하나. 우리 고장의 kt 위즈가 2025년 시즌의 마지막 게임에서는 꼭 승리하기를 기대한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