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구골'서 차용 수많은 정보 제공 의미
한국 대통령 상징 봉황·오엽 무궁화 장식은
이승만, 龍 꺼렸고 예수의 기적 '오병이어' 뜻
대개는 그 상징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지만, 상징의 유래나 이면을 알기는 어렵다. 상징이 상징하는 바와 기원을 알게 되면 해당 대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깊어진 이해만큼 문화와 일상을 더 즐기고 누릴 수 있다.
애플은 삼성 갤럭시와 함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브랜드다. 애플 스마트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말끔한 외양과 한 입 베어 먹은 사과다. 애플은 왜 온전한 사과가 아니라 한 입 베어 먹은 불완전한 사과 이미지를 기업 로고로 채택했을까?
여기에 여러 속설이 있다. 가난하게 살면서 사과농장에서 일했던 스티브 잡스가 농부생활을 청산하고 돈을 많이 벌어보자는 각오를 다진 것이라는 설, 한 입 베어 문다는 바이트(bite)로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바이트(byte)를 연상하도록 디자이너가 언어적 기지를 발휘한 것이라는 설, 그리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과 함께 컴퓨터의 아버지로 통하는 튜링에 대한 오마주의 표시라는 설이다. 앨런 튜링은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잘 알려졌듯 수학의 천재였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정보부에서 일하면서 암호 해독에 탁월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동성애 금지법에 걸려 곤경에 처하자 튜링은 독극물을 주입한 사과를 먹고 생을 마감했다. 애플의 로고는 튜링에 대한 존경 곧 오마주의 표시라는 것이다. 한때 컴퓨터가 '튜링 머신'으로 불렸던 것을 보면 후자의 설명이 가장 유력해 보이기도 한다.
'개구쟁이 스머프'는 벨기에 작가 페요(Peyo)의 만화를 원작으로 1981년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문화평론가 마크 슈미트는 스머프 마을을 아나키즘이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꿈꾸는 원시공동체 사회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그 근거가 똘똘이 스머프가 쓴 모자가 바로 프리기아 모자(Phrygian cap)이기 때문이다.
파파 스머프를 마르크스로, 똘똘이 스머프를 레닌으로 보는 것은 과잉해석이라 하더라도 챙이 없는 원뿔형 프리기아 모자는 해방된 노예의 상징일 뿐 아니라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한 외젠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서 여신이 착용한 모자이다. 명백히 프리기아 모자는 자유와 해방 그리고 공화제를 뜻하는 상징이다.
검색 엔진의 대표주자인 구글(Google)은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개발 당시에 채택한 이름으로 10의 100승을 의미하는 구골(googol)에서 차용한 것으로 유저들에게 수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라 한다.
조선 시대 어좌의 뒤편에 놓여있던 병풍 '일월오봉도'는 왕과 왕비 그리고 우리나라 오악(五岳)을 그린 것으로 국토를 상징한다. 그림 속의 오악은 삼각산·금강산·묘향산·지리산·백두산을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음양오행의 뜻도 담겨있다고 한다.
아울러 현재 한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인 봉황과 오엽(五葉) 무궁화 꽃으로 장식하게 된 것은 이승만 대통령이 기독교인이었던 까닭에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용(龍)이 사탄의 의미를 띠고 있기에 이를 꺼렸기 때문이며, 여기에 더해 예수가 일으킨 기적의 하나인 오병이어(五餠二魚)의 뜻을 담았다는 이야기가 세간에 전해져온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 말은 미술평론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유행시킨 문장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토록 많은 상징들이 있는데, 이런 상징들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문화적 문해력(literacy)도 키우고, 다양한 문화를 폭넓게 이해하고 즐기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 약간의 수고를 기꺼이 감수해야 하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