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생 일환 '판매 일시중지'
31일까지… 제외 지점도 수량제한
물량 확보 지역서점 "일단 환영"
업계 모세혈관들 원활 공급 강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관련 도서 판매량 급증 속 대형서점과 지역서점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10월15일자 2면 보도=[경인 Pick] '한강 특수' 노 젓는 대형서점, 노 없는 지역서점) 이후 한 대형서점이 지역서점과의 상생을 고려해 한강 도서의 한시적 판매 중지 결단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이 지역서점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교보문고는 22일부터 이달 말까지 전국 34개 매장 중 분당·광화문·강남점 등 8개 지점과 온라인을 제외한 26개 매장에서 한강 작가의 도서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22일 밝혔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 14~17일 전국의 모든 지점과 지역서점에 공급한 한강 도서는 하루 평균 1만7천여권에 달하며, 이 중 2천900여권을 지역서점에 공급했다.
하지만 지역서점이 대형서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교보문고와 거래하는 지역서점에 한강 도서가 공급되지 않는다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교보문고는 일시 판매 중지 결정과 함께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교보문고와 거래하는 지역서점에 하루평균 1만5천여권을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판매 중지에서 제외한 8개 지점은 하루평균 2천여권으로 판매 수량을 제한키로 했다.
이날 찾은 교보문고 광교·판교·평촌점에는 한강 도서의 한시적 판매 중단과 인근 지역서점 이용을 유도하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교보문고 평촌점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책을 찾는 손님은 여전히 많지만, 판매 중단 기간에는 근처 지역서점 이용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서점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파주에서 지역서점을 운영하며 교보문고에서 책을 받고 있는 남모(58)씨는 "교보문고가 지금이라도 한강의 책을 공급하기로 한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른 도매업체는 적은 수량이라도 책을 보냈는데, 교보문고는 지난 17일까지 단 한 권도 보내지 않았다. 교보문고와 거래하는 지역서점들은 한강 특수가 사실 그림의 떡이었다"고 토로했다.
안양의 한 지역서점 대표 이모(52)씨도 "뉴스를 보면 한강의 책이 대형서점에 쌓여있고 1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하는데, 지역서점은 책이 없어 남의 잔치를 구경하는 느낌이었다"며 "독서 생태계의 모세혈관인 지역서점에도 원활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처럼 지역서점이 소외되는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교보문고 관계자는 "지역서점과의 상생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며 "이번 노력이 지역서점 도서 수급에 도움이 되길 바라고 앞으로도 지역서점의 도서공급자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