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65세 혜택'을 검색하면 대중교통(지하철 무료 이용·철도요금 30% 할인 등), 의료(틀니 및 임플란트 비용 지원·무료 예방접종 등), 문화(고궁·박물관·국공립공원 등 공공시설 무료입장) 분야 공짜 복지가 즐비하다. 소득 하위 70%는 기초연금을 받고 각종 돌봄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주거, 금융, 세금 관련 복지도 짭짤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만 65세를 기준으로 노인복지 정책을 쏟아낸 덕분이다.
노인의 '노(老)'의 출전은 '예기' 곡례편이다. '일흔을 노(老)라 하며 가진 것을 전하는 시기(七十曰老 而傳)'라 했다. 다소 황당하다. 조선과 중세유럽의 평균 수명이 40세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기원전 예기의 시대에 은퇴하고 유유자적할 기준 연령을 70세로 잡았으니 말이다. 지배층의 평균 수명이 일반 백성들의 두 배는 돼야 가능할 법 한데, 과연 그랬을까 싶다.
70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보고 80~90세를 '모(모:기력이 다한 노인)'로 구분한 예기는 60대를 '기(耆)'라 하여 원로의 능력을 발휘하는 시기로 봤다. 100세 인간들의 이상향인 예기의 생애주기는 수천년 후인 현대에 실현됐다. 유엔은 2009년에 '100세 인간 시대'를 선언했다. 덩달아 65세 안팎인 노인 기준 연령이 선진 각국에서 사회적 화두가 됐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지난 21일 65세인 노인 연령을 매년 1년씩 늘려 75세로 상향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다음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요한 문제로 보고 검토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작 정부가 노인 연령 70~75세 상향조정을 국가 전략으로 발표한 게 2012년이다. 그런데 실행 계획은 여전히 없다. 노인 연령 상향은 현행 노인 복지 정책 전체가 연동된 거대 개혁이다. 거대한 세대 반발을 감수할 정권은 없다. OECD 국가 중 최악의 노인 빈곤율도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
자신을 노인이라 생각할 60대는 없다. 경기도의회가 '노인' 대신 '선배시민'으로 개칭한 지원조례안을 만든 배경이다. 2050년이면 차별 없이 복지정책을 누릴 65세 이상 노인이 2천만명에 이른다. 2천만명이 무임승차하는 지하철이 운행 가능할지 의문이다. 지속가능한 인구구조와 생애주기가 아니다. 83세 이 회장이 이를 걱정하며 노인 연령 상향을 주장한다. 경륜과 지혜를 갖춘 '노인 어른'은 이래서 귀중하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