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 대가' 거트루드 스타인 소설집
실험적 문체로 동시대 '인간군상' 보여줘


■ 세 가지 인생┃거트루드 스타인 지음. 이은숙 옮김. 민음사 펴냄. 328쪽. 1만5천원

'세 가지 인생'
거트루드 스타인. 1920년대 프랑스 파리가 예술의 꽃을 피우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여성이다.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루이스 부뉴엘…. 걸출한 예술가들이 그의 아파트, 플뤼루스 27번가에 자리한 살롱으로 모여들었다. 매서운 비평으로 거장들을 긴장하게 한 것으로 유명하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점은 비교적 덜 알려졌다.

문인으로서의 스타인을 알아가게 할 책이 독자들을 찾아왔다. 신간 '세 가지 인생'은 스타인 특유의 실험적이고 대담한 문체가 고스란히 담긴 소설집이다. 책의 구성은 각각 '착한 애나', '멀랜사', '온순한 레나'로 이뤄졌다. 애나, 멀랜사, 레나라는 세 여성을 토대로 이들을 둘러싼 상황과 인물의 행동에 중점을 두고서 주인공들의 삶을 펼쳐낸다.

1900년대 초반, 당대 여성들의 삶이 이야기의 주재료다. 스타인은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거나, 반대로 욕망을 추구하는 등 동시대 인간 군상을 여성들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세 인물 중 멀랜사를 다룬 챕터의 제목에만 수식어가 붙지 않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멀랜사는 나머지 두 인물과 달리 입체적인 인생을 살아간다.

제각각인 세 여성의 삶. 소설은 한 인간을 바라보는 것은 결국 한정된 시점에서만 가능하기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역설하는 듯하다. 말하자면 유려하게 이어진 선이 아닌, 동떨어진 미세한 점이 우리의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스타인은 이런 파편적으로 찍힌 작은 점들을 포착해 우리로 하여금 가만히 들여다보게 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