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삶의 철학 등 99편에 고스란히
'내려 놓아야 얻는 것' 대해 소회도
■ 사람의 향기┃홍승표 지음. 도서출판 위 펴냄. 305쪽. 1만7천원
평생을 공직자로 살아온 시인 홍승표의 여섯 번째 수필집 '사람의 향기'가 출간됐다. 그간 살아온 다양한 인생의 경험과 마음속에 품고 있던 삶에 대한 철학, 방향성이 99편의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은 제목 그대로 '사람의 향기'를 피워낸다.
서툴면 서툰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책머리에서 홍 시인이 밝힌 '공들여 정성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가 길지 않은 글 한 편 한 편에 생생히 녹아있다.
수십 년의 공직 생활이 이뤄진 경기도청을 비롯해 여러 행정 기관에서 그가 겪었던 에피소드들, 그 과정에서 가졌던 여러 생각의 파편들은 우직하면서도 유연했던 홍 시인의 모습 그대로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행정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딱딱하고, 또 어찌 보면 부드럽다. 그 안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굳건한 신념, 켜켜이 쌓인 통찰력과 특유의 감성으로 발휘하는 그의 리더십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떠올려 보게 한다.
책에서 홍 시인은 '마음의 문'을 열어야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내려놓고 살아야 비로소 사람냄새 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뒤를 돌아봤을 때 늘 아쉬움이 남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지만, 언제나 그 부족함 속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나갈 원동력을 얻어가는 것은 각자의 몫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가 말하는 '나잇값 제대로 하는 어른 노릇', '마음의 문을 열고 여여(如如)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은 그래서 더욱 와 닿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 없다"고 고백한 홍 시인은 "눈 시린 햇살처럼 화사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스며드는 달빛처럼 제 나름의 색깔과 사람냄새 나는 글을 쓰려고 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마음에 새 싹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을 수 있는 홍 시인만의 글을 책에서 오롯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홍 시인은 198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으며, 그간 7권의 책을 펴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 시조시인협회 회원이자 언론기고가,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기부의장, 경기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부회장, 대한민국 국제관광박람회 조직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경기도청 비서실에서 7명의 도지사를 보필하고 인사행정전문가로 전국지방공무원을 대표해 정부의 '공무원 직종개편위원'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말단 9급 공무원에서 시작해 1급 관리관으로 명예퇴직했고, '다산 청렴봉사 대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