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계양서 유해발굴 설명회
"뱃속에 있을때 부친 얼굴 못봐"
1만1천구 유해 수습 238명 '귀환'
12만명 못찾아 '시료 채취' 어려움

0030.jpg
24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카리스호텔에서 열린 '인천·경기서부지역 유가족 초청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그동안 발굴된 전사자 유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4.10.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생전에 찾을 수 있을까요…."

작은 유품 하나라도 수습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버텨낸 70여년의 세월. 전쟁터에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상처는 그 무엇으로도 치유될 수 없을 만큼 깊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4일 인천 계양구 카리스호텔에서 인천·경기서부지역 유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유족들은 맨 먼저 전사자 유품이 전시된 곳으로 향했다. 낡은 수통과 구멍 난 철모, 녹슨 면도칼, 해진 칫솔 등 유품을 둘러보던 유족들은 전쟁으로 숨진 가족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김부남(71·인천 부평구)씨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전사하셔서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다"며 "어머니는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하시다 10년 전에 돌아가셨다. (종전 후) 70여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는다"고 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2008년부터 전국을 돌며 매년 2차례씩 유족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있다.

6·25전쟁 전사자는 16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전후 3만여명이 국립현충원 등에 안장됐다. 유해발굴감식단이 1만1천구의 유해를 수습했으나 신원이 확인돼 가족 품으로 돌아간 전사자는 238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2만명의 유해는 아직 찾지 못했다.

유족 박성양(81·인천 서구)씨는 "19살에 돌아가신 형님의 유해를 찾지 못했다"며 "내가 떠나더라도 아들에게 꼭 형님을 찾아 모시라고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게 동생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라고 했다.

전사자들의 유해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유족들의 협조가 중요하다. 유족의 유전자(DNA)가 확보돼야 전사자의 신원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유해발굴감시단이 유족들의 거주지를 일일이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 문제로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에 국방부는 보건소, 군병원, 예비군부대, 보훈병원, 적십자병원 등에서도 유족 유전자 시료 채취 사업을 하고 있다. 채취 대상은 8촌 이내 유족이다. 유족이 유전자를 등록해 전사자의 신원이 밝혀지면 당사자에게 1천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이근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단장은 "유해 소재에 대한 제보와 증언,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 등에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며 "유족들의 슬픔을 다 위로해드리지는 못하겠지만, 마지막 한분을 찾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