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평가 음성 튕겨 시험 망쳐"
문제 제기에 해당 교사 경고 받아
정당조치도 거센 항의… 부담 극심
道교육청 "변호사 도움 제공할 것"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수원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수원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경인일보DB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감독관으로 최근 선정된 경기도 내 중등교사들이 수능 시험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수험생들의 민원이나 소송 제기에 따른 법적 책임 등 부담감을 호소하며 벌써부터 불안에 떨고 있다.

2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2025학년도 수능시험 감독관을 모집해 위촉했다. 2025학년도 수능시험은 다음 달 14일 치러지며 도내 수능 감독관은 1만8천8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수능 감독관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편치 않다. 수능은 대학 입학과 직결되는 만큼 시험 과정에서 수능 감독관의 어떠한 지적이나 행동 등 사소한 부분으로도 수험생으로부터 민원을 제기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민원 또는 소송이 제기될 경우 책임은 온전히 수능 감독관들이 져야 한다.

지난 2022년 수원지역 한 수능 시험장에서는 영어듣기 평가 중 음성이 튕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한 수험생이 "영어는 초반 페이스가 중요한데 듣기에서 이런 일이 생기며 페이스를 잃어 시험을 망쳤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해당 시험장 감독관 2명과 일부 관련업무 담당 교사가 학교장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지난해 화성의 한 수능 시험장에서는 정당한 사유를 근거로 부정행위 조치를 내렸는데 오히려 감독관이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당시 수능 4교시 탐구 시험시간에 하나의 선택과목 시험지만 꺼내야 하는데, 어느 한 학생이 다음 선택과목 시험지까지 함께 꺼내놔 교사가 부정행위로 적발한 것이다. 그런데 시험이 끝난 후 해당 학생 학부모가 감독관 교사를 상대로 거센 항의에 나서며 곤욕을 치렀다.

소송까지 번진 경우도 있다. 2018년 한 수능 시험장에서 감독관이 이름과 수험번호를 연필로 적는 걸 보고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기재하라"고 했는데, 이를 근거로 시험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며 감독관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걸린 것이다. 물론 법원은 2심까지도 감독관의 손을 들어줬지만, 감독관은 이에 따라 큰 심리적·정신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올해 도내에서 수능 감독관을 맡게 된 한 교사는 "소송이 제기되면 책임은 고스란히 감독관에게 넘어오고, 결과와 무관하게 관련 과정들 자체가 극심한 스트레스"라고 호소했다.

이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수능 감독관 연수를 통해 민원 발생 시 혼자 대응하지 말고 감독관 여러 명과 같이 대응하라고 안내해주고 있다"며 "소송까지 제기됐을 경우 도교육청 행정법무담당관 소속 변호사와 같이 대응해 교사분들이 소송으로 힘들지 않게끔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