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법은 골드 스탠더드 조직검사
진단 애매할땐 내시경·개복 수술
장관 벽 부었으면 장 림포마라는
암과 감별하기 위한 검사이기도
각설하고 만약 나와 함께 생활하는 개나 고양이가 특별한 이유없이 반복적으로 설사나 구토와 같은 소화기 증상을 보이면서 체중이 감소한다면 만성 장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증상을 보인다고 하여 모두 만성 장 질환인 것은 아니므로 정확한 검사를 통해 명확하게 진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동일한 증상을 보이지만 다른 질병들을 하나하나 배제해 나가면서 마지막으로 확정진단을 내리는 과정을 감별진단이라 부르는데 만성 장 질환의 경우 감별진단 목록이 매우 길기로 유명한 질병이다.
만성 소화기 증상을 보이는 반려동물이 병원에 방문할 경우 제일 먼저 예전 예방접종 기록과 구충제 투약 여부, 임상 증상 지속 기간 등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철저한 문진을 통해 최근에 환경 변화가 없었는지,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닌지를 체크하고 기본적인 분변 검사를 통해 원충이나 기생충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문진과 신체검사에서 만성 소화기 증상의 원인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가 가장 흔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체크하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반려동물이 생활하는 환경이 아무리 위생적이라 하더라도 종종 원충이나 기생충 구제, 예방접종 등을 깜빡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점검하여야 한다.
이러한 신체검사상 특이 사항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다음으로는 장질환 이외의 원인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다른 장기들의 질환 역시도 만성적인 소화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설마하고 넘어갈 경우 진단이 오리무중에 빠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확인하고 장질환 이외의 원인을 배제해선 안된다. 이때는 혈구검사와 혈액화학검사, 췌장염 검사, 호르몬 검사 등을 통해 간·담관계 질환, 췌장염, 콩팥질환 등 소화기계 이외의 내과적 질환을 감별해야 한다.
또 엑스레이 검사와 초음파 검사와 같은 영상진단을 통해 내부장기의 선천적 구조적 이상은 없는지, 혹시 주인 몰래 먹은 이물에 의한 소화기 증상은 아닌지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초음파 검사는 장관의 두께를 측정하여 염증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아주 중요한 검사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감염성 소화기 장애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기본 분변검사를 통해 검출해낼 수 없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소화기 장애를 감별해내기 위해서는 소화기 PCR검사를 시행하거나 치료적 진단을 시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감염원이 있는 경우 원인 제거가 되지 않으면 치료가 요원해질뿐더러 감염원을 그대로 두고 만성 장 질환 치료를 시행할 경우, 경우에 따라서 감염원이 폭발적으로 증식하여 아주 심각한 상황까지 악화시킬 수 있어 반드시 감염원을 제거해야 한다.
그렇다면 만성 장 질환의 확정진단 방법은 무엇일까? 만성 장 질환 진단의 골드 스탠더드는 조직검사이다. 확정진단을 위해서 혹은 여태까지 시행하였던 모든 검사의 결과만으로는 만성 장 질환을 특정하기 애매한 경우 내시경 검사 또는 개복수술을 통해 장내 상태를 확인하거나 생검을 통해 조직샘플을 채취,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하게 된다. 물론 이 검사는 매우 침습적이고 고난이도의 검사 테크닉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는 힘든 검사방법이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장관 벽이 부어있는 것을 확인한 경우라면 장 림포마라고 하는 암과 감별하기 위해 필요한 검사이기도 하다. 여태까지 만성 장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절차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를 통해 어떻게 치료해 나가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