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이에 의이' 표준발음 복잡
띄어쓰기 등 맞춤법은 더 어려워
2011년 자장면-짜장면 복수 표준어
'말은 사회의 거울' 시대마다 변화
'윤서결'-'윤성녈' 아직도 논란 계속
표준발음도 상당히 까다롭다. 솜이불, 막일, 맨입, 콩엿, 한여름, 내복약, 신여성, 색연필, 영업용, 금요일은 어떨까. 소:미불/솜:니불, 마길/망닐, 매닙/맨닙, 콩엳/콩녇, 하녀름/한녀름, 내:봉약/내:봉냑, 시녀성/신녀성, 새견필/생년필, 영어뵹/영엄뇽, 금뇨일/그묘일 중에 어느 것이 맞을까. 앞이 아니라 뒤의 보기가 정답이다.
맞춤법은 더 어렵다. 2017년 한글 맞춤법 일부개정고시안은 띄어쓰기를 담았다. 대표적으로 '소리나다'와 '국제연합'을 '소리 나다'와 '국제 연합'으로 개정했다. 반대로 붙여 쓴 경우도 있다. '금 목걸이 은 목걸이'는 '금목걸이 은목걸이', '지난 겨울'은 '지난겨울', '순 우리말'은 '순우리말'로 바뀌었다. 더불어 부나비의 원말인 불나비, 소나무의 원말인 솔나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당당히 자리잡았다.
사실 '맞춤법'도 예전에는 '마춤법'으로 썼다. 조선어학회가 1933년 펴낸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제목이 그렇다. 일본의 한글말살정책에 맞서 한글 학자들이 서둘러 맞춤법 통일안을 냈다. 큰 방향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당시 신문은 '없으니, 앉으니, 좋다' 대신 '업스니, 안즈니, 조타'로 썼다. 이에 한글학자 주시경은 "같은 단어는 같은 형태로 하자"고 했다. 꽃이 좋은 예이다. '꽃이 피다'는 '꼬치 피다'로, '꽃밭'은 '꼳빧'으로, '꽃놀이'는 '꼰노리'로 소리가 다르지 않으냐 지적했다. 반대도 있었다. 교육학자인 박승빈은 "단어는 소리나는 대로 적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문인 78명이 주시경설을 지지하면서 정리된다.
이처럼 한글도 늘 변해왔다. 국립국어원도 '언어는 현대사회를 담는 거울 같으므로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입장이다. 자장면과 짜장면 논쟁이 그렇다. 교육부가 1986년 고시한 외래어 표기법과 표준국어대사전은 '자장면'만 표준어이고 맞춤법에 맞는 표기로 했다. 시민들은 "그러면 짬뽕도 잠봉으로 하라"고 비아냥거렸다. 짜장면은 그 옛날 외식의 대표 음식이었다. 그룹 god도 1999년 발표한 '어머님께'란 노래에서 "어머님이 비상금으로 시켜 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어"라고 회고하지 않던가. 시인 안도현은 2002년에 어른이 읽는 동화 '짜장면'을 펴낸다. 그는 "짜장면을 먹자고 해야지, 자장면을 먹자고 하면 영 입맛이 당기지 않을 게 뻔하다"고 했다. 국립국어원은 "자장면은 짬뽕과 달리 중국 된장을 가리키는 자장과 한자어인 면이 결합한 형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2011년 복수 표준어로 한다. 서울 사투리였던 '이쁘다'도 2015년 '예쁘다'와 함께 복수 표준어가 되고.
이름의 경우는 어떨까. 언론인이자 학자인 고 리영희, 통일부 장관 출신인 류우익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와 '유'가 아니다. 그래도 성의 표기와 발음이 일치한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하나의 표기를 두고 방송마다 '성녈'과 '서결'로 발음이 다르다. 검찰총장 때부터 논란인데 아직도 정리되지 않고 있다. 아마 본인이 "어릴 때부터 성녈이로 불렸다"고 하자 이를 감안했을까.
국립국어원은 2022년 3월14일 "인명과 같은 고유 명사를 발음하는 방식이 엄격히 규정돼 있지 않아 '윤성녈'을 틀렸다고 볼 근거는 딱히 없다"면서도 "해당 인명의 표기나 구성 한자, 일반적인 발음 현상을 두루 고려했을 때 '윤서결'로 발음될 가능성이 높겠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런데 올해 같은 내용의 질문에 "일반적인 발음 규정에 따른다면 '윤서결'로 발음할 수 있겠고, 관행적으로 '윤성녈'로 발음할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미묘하게 달라졌다. 한 이름 두 발음을 사실상 허용한 거다. 이제 한글도 발음기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걸까.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위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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