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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이 황금기를 맞았다. K-팝, 드라마, 웹툰 등 대중문화에서 성가를 높이던 한국문화가 한강의 노벨상 수상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계 미국 작가 김주혜가 '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연이은 낭보로 입꼬리가 찢어질 정도인데, 한국문학사가 낳은 걸작 박경리의 '토지'가 이달 일본에서 10년 만에 완역, 출간됐다.

'토지'는 박경리 선생의 필생의 역작으로 집필에만 25년이 걸린 대하소설이다. '토지'는 최 참판 일가와 이용 일가를 중심으로 한 가족사 소설이면서 작은 한국근대사다. 총 20권에 5부 25편으로 구성됐으며, 등장인물만 해도 600명이 넘는 거대한 작품이다. 작품의 성격이나 결은 다르지만, 20세기 소설 중 상상력의 끝판 왕이라 할 프루스트의 장편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토지'에 비견된다. 집필에만 14년이 걸렸으나 완결되지는 못했다. 두 작품 모두 작가들이 자신의 일생과 맞바꾼 대작들이다.

사람마다 얼굴과 지문이 다르듯 작품도 노선이 다르다. 이야기와 메시지 곧 서사가 중심을 이루는 작품도 있지만, 서사보다는 문장과 작가의 상상력에 방점이 찍힌 작품들도 있다. 송편은 소보다 떡 자체가, 만두는 만두피보다 만두소가 더 중요하듯 '토지'는 거대한 서사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문장과 내면적 성찰과 상상력에 특장이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서사가 중요하든 문장이 중요하든 간에 문학이 지역의 울을 벗어나 세계문학으로 나가는 데는 번역이 필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세계에 알리고 노벨상을 안겨준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의 영역(英譯)이었듯 칼 마르크스의 셋째 딸 엘리노어 마르크스 또한 문학작품 번역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어·독일어·불어에 능통했던 엘리노어는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과 입센의 '인형의 집'을 영역(英譯)한 최초의 번역자다.

'토지'가 한국문학의 울을 넘어 세계문학을 향해 나간 지 오래됐다. 1983년 일본 문예신서 일역판을 시작으로 1994년 프랑스 벨퐁, 95년 영국의 키건 폴에서 출판됐고, 이번에 쿠온출판사에서 20권으로 완역, 출판됐다. '토지'를 비롯해 우리 문학이 더 많은 언어로 번역돼 세계 독자와 만나길 기대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