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찬바람 부는 '리단길'
매출 줄고 임대료 늘어 폐업 선택
금리 인상·소비심리 위축 등 영향
공실은 늘어도 임대료 꾸준히 올라
이름값 기대감 반영… 침체 악순환
코로나19를 버텼던 인천지역 '리단길'도 엔데믹 이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매출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임대료는 매년 올라 점포를 내놓거나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가 인천 핵심 상권은 물론 차별화된 상품·공간으로 인기를 끌었던 리단길마저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부평구 갈산동 청리단길에서 7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염민영(34)씨는 급감한 매출에 걱정이 크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저녁까지 손님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지만, 올해는 많아야 2~3개 팀이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 7년 전 가게를 열 당시 월 140만원이었던 임대료는 매년 5%씩 올라 200만원에 근접했다.
염씨는 "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뒤 임대료가 꾸준히 올랐다"며 "매출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절반 밑으로 줄었는데, 임대료는 계속 상승하니 수익이 나기 어렵다. 직원을 두면 무조건 적자인 상황"이라고 했다.
매출이 줄고 임대료는 오르는 현상은 인천의 리단길에서 공통으로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가 시작된 2022년 상반기부터 일상 활동이 시작되자 인천의 주요 상권으로 소비 수요가 분산됐고, 그해 하반기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면서 리단길의 매출은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매출 감소를 이겨내지 못한 점포들이 문을 닫고 공실이 늘어나면 임대료도 그에 맞춰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인천지역 리단길 소상공인들은 하나같이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궐리단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유영진(32)씨는 "궐리단길의 현재 권리금은 3년 전 망원동 카페거리 수준으로 올랐다"며 "비슷한 임대료면 다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로 가지 인천에서 장사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청리단길에서 1년째 빈티지숍(구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이인선(39)씨는 "가게를 연 뒤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폐업한 이웃 가게가 꽤 많다"며 "계약 기간을 지키지 못해 권리금마저 포기하고 나가는 상인들도 있는데, 상권 임대료는 100만원 후반대까지 오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문을 닫는 점포가 늘고 있는데도 임대료가 하락하지 않는 이유는 리단길이라는 이름이 가져오는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인 입장에서 월세를 내리면 본인의 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며 "한동안 공실이 생겨 월세를 받지 못하더라도, 임대인 입장에서는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임대료가 과도하게 올라 공실이 발생하면 유동인구가 더욱 줄고 상권이 침체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적절한 임대료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리단길의 차별성을 홍보하면서 소비 수요를 유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정 상권의 매력도는 더 나은 매력을 지닌 상권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떨어진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리단길 상권에 매력적인 가게가 많다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송윤지수습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