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김포, 서구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아라뱃길과 도로 회랑지대 연결할 수밖에
유지비 매년 300억·교량 등 건설 혈세낭비
후손들 '애물단지' 돈들여 만든 조상 탓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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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길은 거대한 역설이다. 우리는 길이 멀리 떨어진 장소나 도시를 이어준다고 생각한다. 연결이란 대부분 경우 미덕이다. 오지에서 길은 숙원 사업이며, 길이 많아서 교통혼란을 겪고 있는 도시에서도 길은 절실하다. 정치가들의 약속 가운데 상당수는 길을 내주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길을 내는 사업이 시작된다. 그런데 철도나 도로는 시작점과 종점을 통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키지만 동시에 본래 하나로 되어 있던 공간을 분할하고 단절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

길은 만드는 과정부터 문제의 연속이다. 도로부지를 수용하고 보상하는 갈등을 거쳐야 한다. 오랜 공사 끝에 도로가 개통되면, 도로 주변의 주민들에게 도로는 일상을 분절하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 나타난다. 특히 철도와 고속도로 주변은 불모지대처럼 바뀐다. 도심을 통과하는 고속도로나 고가도로 주변은 이동이 어려운 도심의 오지, 낙후한 지구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또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와 같은 자동차전용도로로 한강변을 차단당한 서울시민들이 '토끼굴'을 찾아다녀야 하듯이 철도나 고속도로에 다니던 길을 빼앗긴 주민들은 먼 우회로로 다니거나 토끼처럼 땅굴을 찾아다녀야 한다.

모든 도로는 그 자체로 위험 시설이다. 해마다 많은 사고가 일어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다. 그뿐 아니다. 야생동물들도 산간지대를 통과하는 도로 위에서 수없이 죽어간다. '13인의 아해가 도로'한다는 시인 이상의 '오감도'는 현대인의 분열증적 심리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위험스런 질주를 속성으로 하는 '도로'의 공간적 성격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길로 연결된 도시들은 행복할까? 120여 년 전 경인철도가 부설되면서 제물포의 상권은 급격하게 몰락했다. 대불호텔과 같은 외국인 숙박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이 몰락하고 한양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시작됐다. 한국고속철도(KTX)도 그렇다. 고속철도로 전국 주요도시가 반나절 생활권으로 압축되고 서울로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을 반겼지만 지방상권은 위축되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고속철도를 부설하여 수도권의 기능을 분산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지역경제는 공동화하고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인천 서구 아라뱃길은 길의 전시장이다. 김포와 인천 서구를 관통하는 거대한 수로 아라뱃길이 조성돼 있으며, 수로 남단에는 왕복 6차선의 공항고속도로와 복선 공항철도가 개통돼 있다. 이 두 도로는 주민들이 도보로 횡단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이외에 남쪽에는 지방도인 정서진로와 꽃뫼길, 다남로, 아라자전거길 등이 걸쳐 있으며, 수로 북단에도 물길을 따라 왕복 4차선의 아라로와 아라자전거길이 나란히 달려간다. 이 일대는 아라뱃길을 포함하여 아홉가지 철도와 도로가 가로지르는 폭 300m에 달하는 도로의 회랑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도로의 회랑지대를 횡단하기 위한 공중 고가교가 여럿 설치돼 있지만 시민들이 차량 없이 넘어가기란 어렵다.

모든 길이 삶터를 단절시키는 것은 아니다. 바닷길이나 하늘길은 공간을 분절하지 않는다. 시민들의 산책로인 둘레길도 친환경적으로 조성되고 있어 요긴한 길이지만 대부분의 길은 필요악이다. 인천의 한쪽에서 30년간 인천 도심을 단절시켰던 경인고속도로를 일반도로화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기 위해 조성한 경인운하가 인천 서구를 분절시키고 결국 검단구와 기존 서구를 나누는 경계지대로 된 것은 이중의 역설이다.

인천과 김포, 인천 서구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아라뱃길과 도로의 회랑지대는 연결할 수밖에 없다. 3조원을 들여 만든 아라뱃길의 유지비로 매년 300억원을 들이고 있는데, 이 아라뱃길을 넘어가는 교량과 고가도로를 만드는데 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야 하니 혈세 낭비의 블랙홀이다. 오래지 않아 후손들은 이 '애물단지'를 돈들여 만든 조상을 탓하며, 다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저 수로를 매몰하고 있을 것이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