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모 서비스로 보는 보육현장
1일 9시간 이상 일하는 사립유치원
'네가 넘어지면 내가 일으켜 주고…
가시밭길… 아픈다리 서로 기대며'
김남주 시인 여전히 호명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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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
긴급조치가 발동되고 민청학련·인혁당 사건이 발생한 1974년은 정치적으로 엄혹한 시기였다. '잿더미', '진혼가' 등 김남주 시인의 시 7편은 그 해 '창작과비평'을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그는 군사독재정권의 폭력에 저항한 혁명시인이면서 시 '종과주인(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주인이 종을 깔보자 종이 주인의 목을 베어버리더라 바로 그 낫으로)'를 쓴,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누려야 하는 존엄한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전사시인이기도 했다.

1978년 8월, YH무역의 일방적 폐업에 맞선 여성 노동자의 농성을 정부가 1천여 명의 경찰을 투입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김경숙이 사망하자, 그는 남민전 조직원들과 함께 서울시내에 2만여 장의 유인물을 뿌려 죽음의 진상과 유신정권의 부도덕성을 알렸다. '그 해 연말 회사는 관리직 사원에게 100퍼센트의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생산직 사원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이 같은 차별에 이의를 제기하자. 총무 이사는 "억울하면 관리직으로 취직하세요. 여러분은 초등학교만 나와서 키우는데 돈이 적게 들었지만 관리직은 다 고졸 이상입니다. 함께 대우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무지막지한 이러한 말과 인식이 YH 무역사건이 일어나게 된 여러 복선 중 하나가 됐고, 시인 김남주는 종과 주인을 가르는, 심지어 종이 그 안에서 또 종과 주인을 경계지어 구분하고 배척하는 일상의 부당에 저항했다.

올해는 김남주 시인의 30주기다. 지난 9월에는 시인의 생가가 있는 해남에서 국제학술제와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1974년 당시, '창비' 주간이었던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은 학술제 기조강연에서 "그의 이름은 다시 우리를 역사 앞에 불러내고 있다. 그것은 오늘의 이기를 넘어설 새로운 혁명의 요청이다"고 하면서도 "우리가 마주한 객관적 현실은 변화되었으므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김남주를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게 그의 시는 여전한 '종과주인'의 시대,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의 맹신에 대한 분노와 이를 넘어서기 위한 혁명의지로 읽힌다.

"정년트랙교수와 비정년트랙교수가 같나요? 비정년트랙교수보다 경력이 낮아도 정년트랙교수는 비정년트랙교수를 심사하고 평가하는 신분상 더 높은 위치에 있어요. 누가 비정년트랙교수로 임용되라고 했나요?", "임용고시 치른 국공립유치원교사들과 아무런 공인시험없이 채용된 시립민간 어린이집 교사들이 같은 조건인건가요? 임용고시라는 절차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처사입니다."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은 대학평가를 앞두고 각 대학이 전임교수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교수를 전임으로 임용하고도 비정년트랙이라는 계약직 신분을 만들어 고용 및 신분의 불안을 야기한 제도다. 정년으로 임용되거나 비정년으로 임용되는 것은 개인의 능력에 앞서 전공분야, 임용시기 등의 운에 연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을 온몸으로 겪다 운 좋게 정년트랙으로 임용된 젊은 우리가 다시 그 열악한 시스템이 부당하다고 외치는 대신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벽돌 하나가 된다.

유아교육을 노동하는 부모에 대한 서비스로 우선 인식하는 보육현장에서, 학교로 인식되기는 하지만 점심시간을 교육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해 일 평균 9시간 이상 노동하는 사립유치원에서 임용고시 등을 통해 좀 더 나은 환경으로의 탈출에 성공한 젊은 우리 또한 우리가 경험한 열악한 조건들의 개선 대신 그 조건의 차이는 노력해서 얻은 정당한 보상이라고 말한다.

김남주 시인이 타계한지 30년이 지났으나 우리는 여전히 그를 호명해야만 하는 시대를 산다. 얼마나 지나야 우린 더 이상 그가 그립지 않은 시대를 만날 수 있을까.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앞에 가며 너 뒤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너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열이면 열 사람 천이면 천 사람 어깨동무하고 가자…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 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 주고 가시밭길 험한 길 누군가는 가야 할 길 에헤라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김남주 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일부)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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