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근본 원인은 '가치관 변화'
대기업 출산·육아 휴가 등 당근책
비교돼 중소기업 상대적 박탈감만
인력 절대비중인 경제 핵심축 불구
청년 기피 일으켜… 특단의 조치를
모든 현상에 우연은 없듯 저출생으로 분만 수요 자체가 줄은 탓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출생아 23만명), 상궤를 크게 벗어났다. 30년 뒤 이들이 지금과 같은 출산율을 가진다면 출생아는 약 8만2천800명(11.5만×0.72명)이다. 또 2053년 출생아가 2083년에 출산한다면 약 2만9천800명이다.(절반은 SKY대 진학 가능) 휴전선은 누가 지키고, 반도체는 누가 만들며, 소는 누가 키울까? 50년 뒤엔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인데 군인·경찰관·소방관 등 '젊은피'가 필요한 국방과 치안·방재 인력은 어쩌나?
특정 시점에 태어난 인구는 줄 순 있어도 늘 순 없다. 출생·사망도 전쟁이나 전염병과 같은 예외 요소가 없다면 그 변화는 미미하다. 지금 태어난 아이는 30년 뒤 30살의 인구수와 거의 일치한다. 저출생은 인구통계로 보면 '확정된 대한민국의 미래'다. 배경으론 경제적 이유가 꼽히나, 실은 가치관 변화(다양화)가 근본 원인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중소기업 일자리 비중이 제일 높다. 하여 저출생 폐해가 넓고 치명적인 영역은 중소기업이다. 저출생 시대 중소기업은 우리 아킬레스건이다.
첫째, 인력 부족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중소기업의 노동력 확보를 가중시킨다. 특히 육체적 노동과 숙련자가 필요한 제조업과 소·부·장 기업에 더 큰 영향을 준다. 둘째, 임금 상승 압박이다. 노동인구가 줄면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자연스레 임금 상승 요구로 이어진다. 이는 중소기업에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또 다른 위기를 부른다.
셋째, 혁신·성장의 추락이다. 두뇌의 절대 부족과 높은 인건비로 인해 연구개발(R&D)과 기술 혁신 여력이 쪼그라든다.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 둔화와 성장 저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넷째, 수요(소비)가 줄어든다. 저출생은 소비시장의 위축으로 연결돼 중소기업의 매출액 감소는 불가피하다. 뭣보다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타격은 크다.
대기업은 다양한 출산장려금과 출산·육아 휴가 확대 등의 당근책을 쏟아낸다. 일각에선 주3일 출근에 주1(2)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근로시간 유연화를 제안한다. 정부는 일·생활 균형 우수 중소기업에겐 세무조사 유예, 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단다. 또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고 외친다.
사실 이런 지원과 대책은 중소기업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준다. 정책은 종종 상충관계(trade-off)로 연결돼 균형점을 찾기가 힘들다지만, 출산·육아 휴가, 유연근무제는 일손 부족으로 대체자를 찾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겐 '그림의 떡'. 2022년 남성 육아 휴직자 5만4천240명 중 70%가 대기업 근무자였다. 종사자 기준 30.9%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엔 출산·육아를 규정한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또 일자리가 어떻게 양질만 존재하랴. 모든 기업을 현대차로 만들란 소린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 필요하다.
흔히 중소기업을 가리켜 '9988'이라고 한다. 국내 기업 100곳 중 99곳이 중소기업이고, 근로자 100명 중 88명이 중소기업 근로자란 의미다. 하여 구직자는 확률적으로 중소기업에서 일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면서 구인·구직에 미스매칭이 초래된다. 이는 곧 취직·결혼·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면서 비혼(非婚)·만혼(晩婚)·비산(非産)·소산(小産)·만산(晩産)으로 직결된다.
근로자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경제·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축이다. 국가가 동원 가능한 정책적 지원을 중소기업에게 쏟을 시점이다. 소득분위별로 국가장학금(대학생)을 주듯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도 이런 특단의 지원은 불가한가! 중소기업 문제 해결 없이는 저출생 문제 해결도 없다.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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