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흥행하다 점차 쇠퇴… 최근 드라마 '정년이' 영향 인기

다양한 연령대 여성 붐벼… 인기 힘입어 내년 다른 작품 준비

여성국극 ‘화인뎐’
지난 25일과 26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여성국극 ‘화인뎐’ 공연 실황 모습. /여성국극제작소 제공

"여성국극이라는 게 있는지 몰랐는데, 요즘에 드라마 '정년이'를 보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여성 배우들의 소리, 연기, 춤 모두를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기대되죠."('화인뎐' 관객 유혜지씨·34)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정년이' 영향으로 여성국극이 새로이 조명받고 있다. 주연 배우들이 연기하는 와중에 직접 판소리를 펼치는 장면이 화제가 되며 '원조 K-뮤지컬'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여성국극 ‘화인뎐’
지난 25일과 26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여성국극 ‘화인뎐’ 공연 실황 모습. /여성국극제작소 제공

 

여성국극은 판소리·연극·무용이 한데 어우러진 공연으로,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든 역할을 여성 배우가 맡는다. 지난 1948년 남성 중심의 국악계에 반기를 들며, 여성 소리꾼들끼리 모여 '옥중화'를 선보인 게 그 시초였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국극의 르네상스였으나, 1960년대 이후 영화 산업의 발전 등으로 점차 쇠퇴해갔다. 전성기 당시 극장은 '니마이'(남역 주연배우를 뜻하는 일본어)와 '가다키'(남역 악역으로 조연을 뜻하는 일본어)를 맡은 배우를 보기 위해 모여든 여성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이들의 인기는 지금의 아이돌 못지 않았다.

 

여성국극 ‘화인뎐’
지난 25일과 26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여성국극 ‘화인뎐’ 공연 실황 모습. /여성국극제작소 제공

 

이런 여성국극 재조명에 힘입어 덩달아 경기도 내에서 활동 중인 극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5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펼쳐진 여성국극제작소의 '화인뎐' 초연 현장에서 그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공연 시작을 앞둔 극장 로비는 청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로 가득했다. 공연이 끝나고서도 관객들은 극장을 바로 떠나지 않고, 인사를 하러 로비에 나온 배우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며 여운을 즐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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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 마련된 화이트보드에 여성국극 ‘화인뎐’을 응원하는 관객들의 손글씨가 붙어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여성국극 ‘화인뎐’
지난 25일과 26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여성국극 ‘화인뎐’ 공연 실황 모습. /여성국극제작소 제공

 

'화인뎐'은 단원 김홍도가 화가로서 마주했던 고민과 그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재치 있는 해설사 전기수를 등장시켜 대중과 호흡하는 여성국극만의 특징을 살리기도 했다. 당연히 김홍도 역도, 감칠맛 나게 이야기를 풀어주는 전기수 역도 모두 여성 배우의 몫이었다.

'화인뎐'을 무대에 올린 여성국극제작소는 안산문화재단 상주단체다. 안산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극단으로, 지난 2020년부터 일찌감치 지역 사회에 자리를 잡고서 여성국극의 계보를 이어왔다.

 

여성국극제작소의 박수빈(39) 대표는 안산에서 자란, 여성국극 3세대 계승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사라져 가던 여성국극을 활성화하고자 지난 4월 직접 배우를 공개 모집하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1기 단원들과 의기투합해 '화인뎐'을 선보인 것이다. 무대 밖에서는 안산 지역 청년들과 협업해 홍보 포스터 등을 기획하며, 안산이라는 지역색이 담긴 여성국극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여성국극 ‘화인뎐’
지난 25일과 26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여성국극 ‘화인뎐’ 공연 실황 모습. /여성국극제작소 제공

 

박수빈 여성국극제작소 대표는 "여성국극제작소를 안산에 설립하고서 저희가 5년여 동안 '여성국극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부단히 알려왔다"며 "이제 여성국극에 관심이 많아지는 만큼 더 좋은 공연, 또 보고 싶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한편, '화인뎐'에 이은 여성국극제작소의 다음 주요 공연은 내년 상반기께 무대에 오른다. 여성국극 역사를 돌아보는 일종의 복원 공연으로, 극단에 들어간 한 여성국극 연수생이 주연이 돼 가는 과정을 그린다. 여성국극의 1세대로 불리는 원로 배우 등도 나설 예정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