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앤스토리 배달대행하는 지적장애인 신동준씨
지난 17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만난 신동준씨가 "딸배라는 말을 들으면 힘이 빠져요. 저는 그 소리 안 들으려고 정속주행도 하고 신호도 잘 지키려고 노력합니다"라며 이동을 하고 있다.

"처음으로 나도 일을 할 수 있구나 느껴… 몸은 고되지만 보람"

배달 라이더 신동준(27)씨는 말은 조금 느려도 오토바이 운전은 그 누구 못지 않다.

그는 "나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 라이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일한다.

포토앤스토리 배달대행하는 지적장애인 신동준씨
신동준씨는 밤늦게 힘들게 일하지만 배달을 받는 손님들이 "안전운전하세요","조심히 가세요"라는 말을 해주면 힘이 난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때 중증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그는 성인이 된 후 취업을 목표로 고용노동부의 장애인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듣고 말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남들보다 약간 어눌한 말이 마음에 걸려 어떤 곳에도 이력서를 내지 못했다.

포토앤스토리 배달대행하는 지적장애인 신동준씨

취업 문턱 앞에서 머뭇거리던 중 한 친척의 도움으로 퀵서비스를 시작했고, 4년 전부터는 배달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포토앤스토리 배달대행하는 지적장애인 신동준씨
"코로나19가 끝났다고해도 불안해서 저는 당분간 마스크를 쓰고 다닐 겁니다"라며 배달해야 할 음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배달 음식을 가져가야 할 곳을 찾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적응했어요. 다만 영어로 된 가게는 조금 헷갈립니다."

포토앤스토리 배달대행하는 지적장애인 신동준씨
"오늘은 그래도 벌써 5개 배달해요"라며 배달용 상자에 음식을 넣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하고 1년 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배달 콜이 들어왔다. 일이 늘어 몸은 고됐지만 힘겹지는 않았고 만족을 느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배달 건수는 3분의 1가량 줄었다.

포토앤스토리 배달대행하는 지적장애인 신동준씨
"인천에도 이동노동자 쉼터가 있었으면 좋을 거 같아요"라며 길가에 앉아서 콜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신동준 씨는 "가끔씩 배달이 느리다는 독촉전화가 오긴 하지만 손님 대부분이 음식을 받으면서 '고맙다'고 해주셔서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포부는 앞으로도 웃으면서 달리는 것이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23032301000938700044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