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70대 남성, 60대 아내 살해
십수년 말기암 간병, 생활고 겪어
안전망 부재속 신체·경제적 악화

 

아내 살인 시도 남성 주거지
지난 2일 수원시 권선구의 한 주거지에서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를 시도한 70대 남성 A씨의 주거지. 2024.10.4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지난 2일 0시30분께 "아내를 죽였다"는 외마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수원시 권선구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70대 남성 A씨가 자신의 집에서 잠자던 60대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를 시도한 뒤 스스로 신고한 것이다.

A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말기암을 앓고 있는 아내를 십수년간 병간호했다. 더는 할 수 없을 거 같아 범행했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암 환자인 아내를 오랫동안 간병하며 생활고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된 A씨의 아내는 심폐소생술(CPR)을 통해 호흡이 돌아왔으나, 다음날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안타까운 소식에 이웃 주민들은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웃 주민 유모(77)씨는 "A씨와는 마주칠 때마다 인사했고, 지난달까지 부부가 함께 외출하는 모습도 봤다. 간병과 생활고로 힘들어 한 것은 몰랐다"며 "이웃들과의 관계나 부부 사이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평범한 노부부였는데 이런 일이 생겨 마음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도내 한 주거지에서 80대 남성 B씨가 70대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B씨는 2020년 7월부터 치매 진단을 받은 아내를 홀로 돌봤고, 아내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간병으로 인한 심리·육체적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간병'은 신체·경제적 약화로 인해 간병하는 노인을 심리적 절벽 앞에 세우고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 '간병 살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간병 살인이 반복되는 이유로 가족 간병인들에 대한 빈약한 사회안전망을 꼽고 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노노간병은 신체·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배우자가 모든 간병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으며,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엽합 사무처장은 "간병문제는 사회적으로 가장 큰 불안 요소다. 간병비의 급여화와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