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량 적은 곳, 주의하며 통행
4차로 이하·자정~오전 5시 운영
기준 잘 안지켜져 노인 등 위험
"상황 달라 경찰서마다 제각각"
"위험성 있는 곳 보수적 설정을"
교통량이 적은 곳에서의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해 운영 중인 '점멸신호 구간'에서 최근 사망 사고가 발생(10월16일 인터넷 보도=남양주 교차로서 육군 장교가 몰던 차량에 70대 여성 치여 숨져)한 것과 관련, 보행 약자의 안전을 위해 점멸신호 운영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멸신호등은 지난달 말 기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2천317개, 경기북부경찰청에서 450개를 운영 중이다. 경찰청은 점멸신호 구간 내에서 교통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앞서 2019년 운영 기준을 강화했다. 점멸신호등은 4차로 이하에 설치하도록 했고, 통행량은 시간당 400대 이하로 규정했다. 운영시간 역시 종전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운영하던 것을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로 축소했다.
하지만 도내 곳곳의 점멸신호 구간에는 이 같은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남양주시 진접읍의 한 교차로에서 황색 점멸신호등을 보고 좌회전하던 차량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노인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곳은 왕복 5차로임에도 점멸신호 구간으로 운영 중이었고 이 때문에 사고 발생 당시 보행자 신호등은 꺼져 있는 상태였다.
남양주북부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구간이 교통량이 많지 않은 지역으로 신호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황색 점멸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8일 다시 찾은 현장은 여전히 점멸신호 구간으로 운영 중이었다. 이곳 인근에는 아파트 단지와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 공원 등이 있어 평일 낮에도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공원을 하루에 두 번씩 찾는다는 김남욱(74)씨는 "근처에 교통사고가 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며 "저녁까지 근처 사는 노인들이 돌아다니는데 위험하다는 생각은 못했다"고 말했다.
통행량이 많아 항시 차가 막히는 수원시 영통구 법조타운사거리 인근에도 황색 점멸신호등이 있다. 왕복 6차로인 이곳은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려 시민들이 늘상 길 건너기를 주저하고 있는 곳이다.
이날 한참 기다리다 겨우 길을 건넌 강유경(39)씨는 "초행길인데 차가 너무 빨리 달려 길 건너기가 무서웠다"며 "보행자 신호등이 꺼져 있어 고장난 줄 알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점멸신호 구간 운영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상용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황색 점멸등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각 지역의 교통상황이 다르다 보니 관할서마다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점멸신호가 사실상 무신호처럼 운영되다 보니 사고 위험성이 있는 곳은 운영 기준을 더 보수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