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은 무수한 상실을 겪어내는 일이다. 시인의 서랍 속, 낡은 수첩 안에는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이 있다. 고경옥 시인은 "눈 내리는 오후"에 "빠르게 발등이나 보도블록 위에서 쉽게 잊힌 약속처럼 녹는" 기억들을 기어이 꺼내 읽는다.
해설을 쓴 김재홍 시인은 상처와 상실로 가득 찬 "세계는 비극적인 것인가"라고 묻는다. 하지만 시인은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의지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김재홍 시인은 "생과 사에 대한 도저한 시적 인식이 있기에 고경옥의 이번 시집은 상처받은 현대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부로 나뉜 시집은 표제작 '눈 내리는 오후엔 너를 읽는다'를 비롯해 '현(玄)' '카이로스' '시선' '구월' '견디는 일' 등 70편의 시가 수록됐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