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저자
후회·관계·인생 현대인 일상 연결
'철학' 대중적 풀이… 전세대 공감

■ 불안의 끝에서 쇼펜하우어, 절망의 끝에서 니체┃강용수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292쪽. 2만2천원

책
돌이켜 보면 지난해 불었던 '쇼펜하우어 열풍'이 보여준 건 '새로운 수요'였다. 자기계발서가 전하는 어설픈 통찰 대신, 사회 구조를 꼬집으며 "괜찮아. 모두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뻔한 계몽 대신. 어쩌면 풍요 속에서도 빈곤에 허덕이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건 냉정한 자기 인식이었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늘 상념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남들도 비슷할까, 그렇다면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우리보다 한참 전에, 이런 삶의 필연적인 고통을 겪었던 옛 철학자들은 무어라 답했을까. 쇼펜하우어, 그리고 그의 사상을 토대로 자신만의 철학을 펼쳤던 니체는 아마도 "그만 징징거리고 치열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각각 염세주의와 허무주의를 대표하는 두 철학자를 향해 우스갯소리로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꼰대'라고도 이야기하지만, 이들의 냉철한 사유는 분명 우리의 생각을 깊어지게 한다.

신간 '불안의 끝에서 쇼펜하우어, 절망의 끝에서 니체'에서는 이런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촌철살인을 현대인의 일상 사례와 함께 연결짓는다. 후회·관계·인생·자기다움 등 4가지 주제를 넘나들며, 불안과 절망을 다스리는 둘만의 방식을 보여준다.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

저자는 다름 아닌, 지난해 인문 베스트셀러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강용수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원이다. 강용수 연구원은 그간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을 연구해왔으며,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와 니체의 초인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대중적인 언어로 전해왔다.

전작이 40대 독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불안의 끝에서 쇼펜하우어, 절망의 끝에서 니체'는 보다 보편적인 세대를 아우른다. 불안과 절망을 경험하는 모든 세대가 새겨들을 만한 충고들이 문장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를테면 불행과 고독을 다룬 챕터에서는 "내면이 비어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쳐 타인과 덧없는 시간을 보낸다. … 고독으로 되돌아갈 때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 고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며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설명한다. 그런가 하면 니체의 사상은 "고독은 우리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지만 타인에겐 더 부드럽도록 만든다. … 니체에게는 '고독'이 필요하다. 고독은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것, 즉 회복이다"라고 풀이한다.

니체
니체.

세상에서 나만 홀로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 비슷하면서도 다른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통찰은 이런 근원적인 인간의 고통에 대해 철학적으로 갈피를 잡아준다. 두 철학자는 스스로 생각해서 얻은 지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누군가의 권위에 마냥 순응하기보다는 저항하기를 요구한다.

어쩔 수 없이 매사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흔들리는 게 인간의 삶이다. 그럼에도 '불안의 끝에서 쇼펜하우어, 절망의 끝에서 니체'는 이런 필연적인 고통을 철학적으로 위로한다. 조금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건 덤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