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역 성소수자 300여 명 참여
기독교 단체 등 인근서 반대 집회… 큰 충돌 없이 마무리
“결국 사랑은 승리하고 우리의 존재는 인정받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2일 오후 2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역 일대가 성소수자(LGBTQ+)를 상징하는 무지개빛으로 물들었다. 제7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300여명(경찰 추산)은 무지개가 그려진 옷을 입거나 무지개 깃발이나 부채를 들고 “사랑이 혐오를 이긴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며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을 외쳤다.
서울에서 온 전현우(22)씨는 “다른 성소수자들을 만나고 나의 성적지향성과 성정체성을 마음껏 드러내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으니 무척 편안하다“며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1년 365일 내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것이 두렵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십일(활동명·25)씨는 서로를 사랑하자는 의미로 ‘프리 허그’(Free Hug)가 적힌 팻말을 들고 축제에 참여했다. 논바이너리(성별을 남녀로 구분하는 이분법에 거부함) 트렌스젠더인 그는 “올해도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리기까지 장소 선정 등 많은 난관이 있던 것으로 안다”며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에게 조금 더 우호적인 분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소수자가 아니어도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참여한 시민들도 많았다.
5살 딸, 아내와 함께 축제를 찾은 어광득(인천 서구·37)씨는 “그동안 인천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는 소식만 듣다 처음 참여했다. 성소수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또 한번 느꼈다”며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멋지다. 내 딸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해서 축제에 함께 함여했다”고 했다.
대학 동기들과 함께 축제에 참여한 김유나(24)씨는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데 ‘젠더와 건강’이라는 과목에서 성소수자를 환자로 만났을 때 의료인으로서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배우고 있다“며 ”오늘은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라는 교수님 과제로 축제에 참여했는데, 축제가 신나고 재밌어서 내년에도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축제에는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 세례식을 진행했다가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에서 정직 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도 참여했다.(9월 2일자 6면보도=민변 ”법원,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성소수자 혐오에 면죄부) 이동환 목사는 “지금도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많이 막막하고 좌절스럽다”면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이런 때일수록 오늘처럼 다 함께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며 행진하자”고 말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기독교 단체가 광장 사용 규칙을 어기고도 부평역 광장 사용을 승인받은 것에 반발하며 광장 사용을 신청하지 않고 집회 신고만 진행한 뒤 축제를 열었다.(10월 10일자 6면보도=인천퀴어축제 내달 2일 ‘거침없이 멈춤없이’)
비슷한 시각 부평역 역전광장에서는 기독교 단체 1천80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퀴어문화축제 거리행진(퍼레이드)가 진행된 부평대로 일대에서도 반대 집회가 열렸으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