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으로 봐왔던 노동들 사라지고
자동화 시스템·기계가 빈자리 대체
코로나 이후 물류·배달 산업 급성장
노동자 늘었지만 생명·안전 제자리
권리보장 위한 변화 목소리 동참해야
변화하는 시대는 어떤 직업, 노동의 사라짐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어떤 노동은 더 크게 확장되기도 한다.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급성장한 물류, 배달 산업이 그렇다. 감염병 확산을 멈추기 위해서 제시된 해법은 거리두기라는 서로의 단절이었다. 비대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세상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고리가 필수적이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배달, 배송 노동이었다. 클릭 몇 번으로 집 앞에 도착하는 따끈한 음식, 신선식품부터 공산품 심지어 저 멀리 바다 건너에서 오는 직구 물품들까지. 배달과 배송이 열어준 신세계는 무궁무진했다. 산업은 점점 더 커지고 확장되는 추세다.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 하나면 끝낼 수 있는 편리함이 성장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편리와 편의의 추구는 시간을 가리지 않았다. 물류 업체는 앞다퉈 새벽 배송에 뛰어들었다. 샛별이 뜨는 시간에 로켓의 속도로 쓱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편리한 시스템은 우리 삶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 편리와 편의를 위해 누군가의 밤은 잠 대신 노동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물류산업의 확장으로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생명과 안전은 제자리에 멈춰져 있다. 그 대표적 기업이 쿠팡이다. 로켓보다 빠른 배송을 자랑한다는 쿠팡에서는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20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세상을 떠났다. 지난 5월 로켓배송 기사로 일하다 세상을 떠난 정슬기씨는 저녁 8시 반부터 아침까지 밤새워 주6일, 평균 63시간을 일했고, 하루 밤새 100㎞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고 한다. '개처럼 뛰고 있긴해요'란 정슬기씨의 카톡에 남겨진 한마디는 사람을 로켓으로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압박하는 쿠팡의 본모습이었다. 클릭 몇 번에 집 앞에 도착해 있는 택배 상자. 너무 쉽게 접하는 일상적인 노동이지만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누구의 노동이 담겨있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어느 순간, 로봇으로 대체되어 있던 그 식당처럼. 사람의 자리를 편리와 편의가 대체하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시대에 따라 노동은 변해가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도 있다. 노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다. 여전히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더 많이 더 오래 더 낮은 임금으로 일을 하길 바란다. 곧 청년 노동자 전태일의 54번째 기일이 다가온다.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외치던 그 목소리가 54년이 흐른 지금까지 유효한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참 멀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누군가는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싸우고, 더 나은 노동하는 삶을 위해 나아간다. 더디지만 조금씩 조금씩. 노동자를 과로로 몰고 가는 쿠팡을 국회 청문회에 세우기 위해 국민동의청원이 진행 중이다. 쿠팡이라는 무권리 일터에 변화를 만들기 위한 변화의 목소리에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해 주시길.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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