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젊은 예인들의 '종합선물세트'


재즈 요소 리베르탱고 등 더해 '아홉 개의 잔치마당'
대형 뮤지컬 못지 않은 규모 볼거리·이야기 펼쳐져
남사당놀이 최고봉 '줄타기' 무대 객석 분위기 고조


인천아리랑 연가
'인천아리랑 연가' 중 연희판놀음. /잔치마당 제공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 2~3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연희판놀음 '인천아리랑 연가'는 인천아리랑으로 시작해 인천아리랑으로 끝맺는다.

다시 말하자면, 인천에 근대 문화가 들어온 1880년대 개항기부터 불렸을 '인천 제물포 살기 좋아도, 왜인들 등쌀에 못살겠네'라는 가사의 옛 민요 '인천아리랑'으로 시작해 갖가지 전통 예술 무대의 잔치가 한바탕 벌어진 후 '우리시대의 인천아리랑'으로 막을 내린다. 현대적 창작과 전통 문화가 어우러진 '아홉 개의 잔치마당'은 각각 인천의 시대 흐름을 보여주는 듯했다.

공연은 갈색 갈기의 북청사자탈과 흰색 갈기의 봉산사자탈이 익살스런 춤사위로 액을 쫓아내는 '벽사진경'으로 문을 연다. 이어 '풍년의 꿈'에서 풍어를 기원하는 어민들의 노동요 봉죽타령을 모티브로 재즈의 요소를 가미해 창작한 '만선가'를 뮤지컬 배우 조선명이 부르는 가운데 바람과 파도를 표현한 창작무용이 곁들여졌다.

인천의 바닷가 문화와 마찬가지로 농경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풍년의 꿈'에선 인천전통연희단의 장구 공연이 황금빛 들판의 모습을 풍성한 소리로 묘사했다. 김매기를 세 번하는 '세벌매기'도 노래된다.

인천의 소리인 서도소리(수심가토리)로 숨을 고른 공연은 남사당놀이의 최고봉인 '줄타기'로 공연장 천장에 닿을 듯 객석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광대의 재주와 재담으로 펼치는 정통 줄타기 놀이다. 여섯 번째 마당은 '뱃치기'와 '리베르탱고'의 만남이다. 민중의 애환을 녹여낸 두 리듬이 잘 어울린다. 이 '뱃치기 리베르' 역시 창작 무용이 더해졌다.

인천아리랑 연가
'인천아리랑 연가' 중 줄 위의 광대 장면. /잔치마당 제공

이어진 '북판'은 현대 노동자의 안전복을 입은 젊은 연주자들의 힘찬 북춤으로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끈 시민들의 기상을 표현하고, 흰 옷을 입은 베테랑 연주자들의 진도북 군무로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보여준다. 앞선 신명나는 잔치마당들이 세월을 견뎌내고 하나로 모인 듯 '우리시대의 인천아리랑'이란 하나의 노래를 완성한다.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무대는 중간중간 '아빠와 딸'이 펼치는 연극을 통해 이야기로 엮었다. 대형 뮤지컬 못지않은 규모와 볼거리, 이야기를 담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이 됐다. 국내에선 흔치 않은 형식을 가진 대형 전통연희 공연의 탄생이라 부를 만하다.

젊은 연주자와 연희자들로 꾸려진 인천전통연희단이 공연의 중심에 놓였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뛰어난 테크닉은 물론이고 힘과 패기가 넘쳤다. 이들의 진가는 아홉 번째 마당 '연희판놀음'에서 드러난다. 웃다리 판굿을 바탕으로 소고춤 군무, 버나놀이, 열두발 놀이 등 다양한 재주를 뽐냈다.

'인천아리랑 연가' 오승재 예술감독은 "타 지역으로 빠져나갔던 인천의 잘하는 젊은 예술인들을 다시 모이게 한 공연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 콘텐츠가 젊은 예술인들이 지역에서 계속 활동하고 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은 관객들이었다. 풍물의 고장 부평에서 열려서인지 관객들의 호응과 참여 열기가 무척 뜨거웠다. 공연은 오는 12일 오후 7시 청라국제도시 청라블루노바홀, 20일 오후 7시와 21일 오후 2시 강화군 강화문예회관에서 이어진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