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 일대 성소수자·지지자 모여
'프리허그' 팻말 등 들고 행사 참여
가족과 나들이 온 시민·학생들도
이동환 목사 "희망 포기 말고 행진"

 

2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부평대로 일대에서 열린 제7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행진하고 있다.
2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부평대로 일대에서 열린 제7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행진하고 있다. 2024.1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지난 2일 오후 2시께 인천 부평역 일대가 성소수자(LGBTQ+)를 상징하는 무지개빛으로 물들었다. 제7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300여 명(경찰 추산)은 무지개가 그려진 옷을 입거나 무지개 깃발 또는 부채를 들고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을 촉구했다.

서울에서 온 전현우(22)씨는 "다른 성소수자들을 만나고 나의 성적 지향성과 성 정체성을 마음껏 드러내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으니 마음이 무척 편안하다"며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1년 365일 내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것이 두렵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한다는 이십일(활동명·25)씨는 서로를 사랑하자는 의미로 '프리 허그'(Free Hug)가 적힌 팻말을 들고 축제에 참여했다.

성소수자만 이 행사에 참여한 건 아니다.

5살 딸, 아내와 함께 축제를 찾은 어광득(37·인천 서구)씨는 "사회 편견과 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며 "내 딸도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성인으로 자랐으면 해서 축제에 처음 참여했다"고 말했다.

대학 동기들과 함께 축제에 참여한 김유나(24)씨는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데 '젠더와 건강'이라는 과목에서 성소수자를 환자로 만났을 때 의료인으로서 필요한 지식 등을 배우고 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라고 교수님이 과제를 내주어 축제에 참여했는데, 신나고 재밌어서 내년에도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 세례식을 진행했다가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에서 정직 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도 참여했다.(9월2일자 6면 보도=민변 "법원,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성소수자 혐오에 면죄부") 그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이런 때일수록 오늘처럼 다 함께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며 행진하자"고 말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기독교 단체가 구청의 광장 사용 규칙을 어기고도 부평역 광장 사용을 승인받은 것에 반발하며 올해는 집회 신고만 하고 광장에서 축제를 열었다.(10월10일자 6면 보도)

비슷한 시간에 주변 부평역 역전광장에서는 기독교 단체 1천8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퀴어문화축제 거리행진(퍼레이드)이 진행된 부평대로 일대에서도 반대 집회가 열렸으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