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최초 도입 운영 시연회


인화여중서 치킨·볶음밥 만들어
화상 위험·발암물질 노출 등 감소

세팅·세척 추가업무 불편 우려도

급식 조리로봇
지난 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화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인천형 학교 급식 조리로봇' 시연회에서 로봇이 조리를 하고 있다. 2024.1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학교 급식 조리실무사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인천형 급식 조리로봇'이 인천에 도입됐다. 화상 등 위험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와 함께 노동 강도를 줄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3시께 미추홀구 도화동 인화여자중학교에서 인천형 학교 급식 조리로봇 시연회가 열렸다. 조리로봇 2대가 시연회에서 치킨과 볶음밥을 만들었다. 조리실무사들은 화구 앞이 아닌 로봇 옆에 있는 시스템 제어판 앞에서 조리 과정을 관리했다. 조리실무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로봇 팔'이 솥 내부를 휘저었고, 어느덧 음식이 완성됐다.

인화여중은 볶음 요리 전용 로봇과 튀김·국·찌개를 만드는 복합 기능의 로봇을 1대씩 도입했다. 조리로봇은 조리실무사를 대신해 여러 음식의 조리 과정을 수행한다. 화상 위험, 발암물질 노출 등을 줄일 것으로 인천시교육청은 기대하고 있다.

조리실무사들은 폐암 등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고온다습한 급식실 환경과 기름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 '조리 흄(Fume)'이 가장 큰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인천시교육청은 2022~2023년 6명의 조리실무사가 폐암에 걸린 것으로 집계했다.(7월 10일자 8면 보도=급식실 조리로봇 도입 '기대 반, 우려 반')

이날 시연회에 참석한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조리실무사들의 안전은 좋은 급식을 만들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며 "이번 조리로봇 도입이 안전하고 맛있는 급식을 만들기 위한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형 학교 급식 조리로봇
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화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인천형 학교 급식 조리로봇' 시연회에서 조리원이 로봇의 조리 매뉴를 설정하고 있다. 2024.11.0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조리로봇이 격무에 시달리는 조리실무사들의 일손을 덜어주는 데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화여중에서 4년째 조리실무사로 일하고 있는 유경숙(58)씨는 "조리로봇을 사용하면 뜨거운 솥에 가까이 붙어 조리할 필요가 없다. 화상 위험이 줄고 역한 냄새도 덜하다"면서도 "로봇 세팅이나 세척은 결국 조리사의 몫이기 때문에 추가 업무가 생기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조리실무사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3년간 학교 급식실 종사자 중 1만4천여 명이 퇴사하면서 많은 학교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인천지부 강영옥 남동지회장은 "조리로봇 1대를 도입하는 데 수억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조리로봇이 조리실무사들의 노동 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현장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단기간에 많은 로봇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며 "내년에 조리로봇 확대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