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다. 우리를 둘러싼 불온한 국내외 정세의 실체와 윤곽들이 속속 드러날 한달이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5일(현지시각)이다. 10월 러시아 동쪽에서 출발한 북한군은 이달 중에 서쪽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본격적으로 참전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슬람 무장단체 소탕전은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확대됐다.
미국 대선 결과는 꼬이고 뒤틀린 국제정세에 영향을 미친다. 영향의 방향은 부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이후 미국 정치는 국제질서 보다 국내 현안에 집중했다. 미국만 안전하고 부유하면 국제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든지 상관없다는 미국 중심주의가 팽배하면서 세계경찰의 지위는 점차 쇠퇴했다. 미국 중심주의에 민주당도 물들었다. 가자에서 희생되는 이슬람 민간인 보다 낙태, 인종, 이민 문제 해결이 시급한 현안이다.
트럼프가 돌아오면 미국의 이기적 쇄국이 강화되면서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동맹이 약화될 것이다. 해리스가 당선돼도 국제분쟁 종식을 주도할 미국의 역할은 제한적이고 동맹의 연대는 느슨해질 것이다. 트럼프는 동맹의 대가로 돈을 요구할 테고, 해리스는 인내를 강요할 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스라엘이 바이든을 무시하는 국제분쟁이 속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실적인 차기 분쟁의 후보지는 한반도와 대만이다. 김정은은 러시아 파병과 ICBM 발사로 해리스와 트럼프에게 한반도 개입 금지를 경고했다.
국내에선 민심의 심판대에 오른 정권과, 사법부의 심판대에 오른 제1야당이 11월, 운명의 첫 고비를 맞는다. 10%대 지지율의 대통령은 고립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두 건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사법의 심판대에 오른 보수와 진보 진영의 광장전이 지난 주말 민주당 집회로 개전됐다. 정부는 무력하고 국회는 실종됐다. 헌법재판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기능을 잃었다. 야당이 중앙지검장을 탄핵하면 검찰의 심장도 멈춘다.
11월을 잘못 넘기면 헌법이 명시한 입법·사법·행정 삼권 전체가 심부전 상태에 빠진 채 불안한 국제정세에 갇힌다. 국제분쟁의 장기화로 대한민국의 수출경제엔 빨간 불이 켜졌다. 11월의 징조들은 모호한 국정의 위기가 아니라 명확한 국가의 위기를 경고한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만 남기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헌법이 정한 공화국의 금도를 지켜야 한다. 2024년 11월이 대한민국 편에서 흘러가기를 바란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