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축협·배협 회장 태도문제에
조직 안팎서 비판, 수장들 사퇴 요구
생활스포츠 발전 '활동' 주목적으로
결과로써 과정 덮는 문제회피 안돼
예외주의서 벗어나 변화 도모해야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체육조직이 팬, 선수, 노조, 문화부, 국회로부터 한꺼번에 문제점을 지적받으며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체육회, 축협, 배협 회장이 보여준 태도를 보면 사소한 실수를 했을 수는 있지만 중대한 잘못을 했다고는 거의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한 조직의 수장에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리더십, 운영 능력, 품성에 관한 눈높이와 이들의 태도 간에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이 왜 나타나는 것일까?
여러 이유 중에 필자는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재미가 중심인 스포츠산업에 팽배한 '결과 중심주의' 때문이다. 홍명보씨는 감독 선임 후 인터뷰에서 "대표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며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경기에서 승리하면 기쁨에 젖어 스포츠계 현안 문제를 잊어버리곤 한다. 그래서 정치권이 스포츠를 이용하여 사회문제에 대한 대중 인식을 희석하는'스포츠워싱(sports-washing)'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좋은 결과로써 좋지 못한 과정을 덮어 버리며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스포츠 사학자 토시오 사에키는 스포츠 목적이 3단계로 변해 왔다고 본다. 제1단계인 인류 기원부터 산업혁명 전까지 스포츠는 '생존'을 위한 신체 활동으로 사냥과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훈련이 주목적이었다. 제2단계인 18세기 산업혁명부터 20세기까지 스포츠는 '소유'를 위한 신체 활동으로 스포츠 비즈니스 수익이나 국제대회 좋은 성적으로 국가 위세를 소유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제3단계인 21세기에 스포츠 참여 기본권이 확대되어 생활 스포츠가 발전하면서 스포츠는 인간다운 '존재'가 되기 위한 활동이 주목적이 되었다. 과거에 경기장에서 드러나는 선수의 도전과 성공, 공정한 규칙과 페어플레이에 열광했던 팬들이, 이제 경기장 뒷면에 드러나지 않는 스포츠조직 운영까지 공정하고 투명해져서 선수, 지도자, 관중 모두 인간다운 존재가 되기를 열망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스포츠조직도 이런 변화에 발맞추어야 변해야 한다.
두번째, '스포츠 예외주의(sports exceptionalism)'도 이런 사태를 낳은 주요 요인이다. 국제대회 성적을 중시하여 교육제도에 예외를 둔 체육특기자제도가 1972년에 만들어진 후, 사람들은 스포츠조직과 제도에 최고 결과를 내기 위해 예외성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운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경기 결과 외에 스포츠조직이나 제도에 관심을 두지 않는 현상이 굳어졌다. 그 결과 체육조직을 관리, 감시해야 하는 문화부나 국회에 스포츠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게 되었다. 사실, 이번 체육조직 사태는 체육계 자체의 문제만큼이나 체육조직을 관리, 감시해야 하는 정부와 국회의 태만 문제도 심각한 원인이다. 스포츠 예외주의에서 벗어나 체육조직과 관련된 사람들 모두 노력하여 스포츠거버넌스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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