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의미와 가치 짚어본다
첫 기획전 '병자호란의 기억' 주제 마련
지도맵핑·인터렉티브 자료 발발상황 재현
화포·창·활 등 당시 사용 실제 무기 눈길
7세기까지 거슬러가는 축성史 상설전시
서울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25㎞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한산성. 백성과 나라를 지키던 군사 요새이자, 7세기부터 이어져 온 축성 기술의 발달 단계를 보여주는 이곳은 현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면서 쉼터의 역할도 하고 있다.
역사와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남한산성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 10년, 그 의미와 가치를 짚어볼 수 있는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이 개관했다.
첫 개관 기획전은 '병자호란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조선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수호하기 위한 상징적 공간인 남한산성은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이기도 하다. 전시는 '홍타이지의 조선 침략', '남한산성과 병자호란' 등 2부로 나눠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도 맵핑 영상과 인터렉티브 자료로 병자호란이 발발할 당시의 국제 정세와 청나라의 침략 상황을 재현했다. 이때 조선은 '척화론'과 '주화론'이 크게 부딪혔는데, 전시에서는 이와 관련한 인물들의 저술과 유물을 통해 격렬한 논쟁을 볼 수 있다.
척화론을 주장한 김상헌의 '청음선생문집', 주화론을 편 최명길의 '지천선생집'과 척화를 주장했던 정온의 상소, 윤집·오달제·홍익한 등 삼학사에 대한 기록을 모은 '가세구문' 등 나라를 생각하는 이들이 남긴 흔적들로 조선의 운명을 두고 벌인 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어 청나라의 침략에 맞서 조선이 보여준 저항의 역사가 보여진다.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 삼수병 즉 포수·살수·사수로 구성된 훈련도감을 설치하고 적의 침략에 대비해 체계적 훈련을 실시했다. 조선의 군영에서 자체 제작한 조총과 더불어 삼안총, 별승자총통 등 다양한 화포, 창, 활과 화살 등 조선 시대 병사들이 사용했던 실제 무기들이 전시돼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번 기획전은 내년 8월 말까지 계속된다.
기획전시실 바로 옆에는 상설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인류의 공동 유산을 주제로 한 남한산성의 탁월함과 우수성을 소개한다. 남한산성의 역사는 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이 신라의 주장성이었다는 증거가 된 초대형 기와를 실물로 만날 수 있는데, 유물은 2007년 남한산성 행궁지 발굴조사에서 출토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된 축성술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특징에 따른 성벽의 모양이 남한산성에서 관찰된다.
남한산성을 축성하는 데에는 나라뿐 아니라 승려들의 노력도 있었다. 산성 내 10개의 사찰에 기거한 스님들이 축성과 성곽관리에 힘써왔기에 지금까지 원형을 보전할 수 있었다. 전시실에는 축조에 함께한 벽암대사의 진영 '국일도대선사벽암존자진영'(대한불교조계종 해인사 국일암 성보박물관 소장)이 전시돼 있어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또 남한산성이 등장하는 '하멜표류기', 경기도가 국외 홍보를 위해 발행했던 영문 안내서의 원본을 비롯해 문화와 관광의 중심지인 남한산성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산성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로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에는 이른 새벽 남한산성에서 만들어 도성의 양반들에게 배달했다는 효종갱과 남한산성 소주를 만들어볼 수 있는 인터렉티브 체험도 마련돼 있다.
이 밖에도 남한산성역사문화관에는 지하 1층의 보이는 수장고와 함께 1층의 다목적홀·강당·전통 초화정원, 지상 2층의 하늘정원이 있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고, 다양한 융·복합형 교육·체험 활동을 진행한다.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의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휴관일은 월요일이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