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의미와 가치 짚어본다


첫 기획전 '병자호란의 기억' 주제 마련
지도맵핑·인터렉티브 자료 발발상황 재현
화포·창·활 등 당시 사용 실제 무기 눈길
7세기까지 거슬러가는 축성史 상설전시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의 기획전시 ‘병자호란의 기억’의 전시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의 기획전시 ‘병자호란의 기억’의 전시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서울 중심부에서 남동쪽으로 25㎞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한산성. 백성과 나라를 지키던 군사 요새이자, 7세기부터 이어져 온 축성 기술의 발달 단계를 보여주는 이곳은 현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면서 쉼터의 역할도 하고 있다.

역사와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남한산성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 10년, 그 의미와 가치를 짚어볼 수 있는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이 개관했다.

첫 개관 기획전은 '병자호란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조선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수호하기 위한 상징적 공간인 남한산성은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이기도 하다. 전시는 '홍타이지의 조선 침략', '남한산성과 병자호란' 등 2부로 나눠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의 상설전시장의 모습. 2024.11.6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의 상설전시장의 모습. 2024.11.6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지도 맵핑 영상과 인터렉티브 자료로 병자호란이 발발할 당시의 국제 정세와 청나라의 침략 상황을 재현했다. 이때 조선은 '척화론'과 '주화론'이 크게 부딪혔는데, 전시에서는 이와 관련한 인물들의 저술과 유물을 통해 격렬한 논쟁을 볼 수 있다.

척화론을 주장한 김상헌의 '청음선생문집', 주화론을 편 최명길의 '지천선생집'과 척화를 주장했던 정온의 상소, 윤집·오달제·홍익한 등 삼학사에 대한 기록을 모은 '가세구문' 등 나라를 생각하는 이들이 남긴 흔적들로 조선의 운명을 두고 벌인 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어 청나라의 침략에 맞서 조선이 보여준 저항의 역사가 보여진다.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 삼수병 즉 포수·살수·사수로 구성된 훈련도감을 설치하고 적의 침략에 대비해 체계적 훈련을 실시했다. 조선의 군영에서 자체 제작한 조총과 더불어 삼안총, 별승자총통 등 다양한 화포, 창, 활과 화살 등 조선 시대 병사들이 사용했던 실제 무기들이 전시돼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번 기획전은 내년 8월 말까지 계속된다.

기획전시실 바로 옆에는 상설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인류의 공동 유산을 주제로 한 남한산성의 탁월함과 우수성을 소개한다. 남한산성의 역사는 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이 신라의 주장성이었다는 증거가 된 초대형 기와를 실물로 만날 수 있는데, 유물은 2007년 남한산성 행궁지 발굴조사에서 출토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된 축성술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특징에 따른 성벽의 모양이 남한산성에서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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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역사문화관의 상설전시장의 모습. 2024.11.6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남한산성을 축성하는 데에는 나라뿐 아니라 승려들의 노력도 있었다. 산성 내 10개의 사찰에 기거한 스님들이 축성과 성곽관리에 힘써왔기에 지금까지 원형을 보전할 수 있었다. 전시실에는 축조에 함께한 벽암대사의 진영 '국일도대선사벽암존자진영'(대한불교조계종 해인사 국일암 성보박물관 소장)이 전시돼 있어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또 남한산성이 등장하는 '하멜표류기', 경기도가 국외 홍보를 위해 발행했던 영문 안내서의 원본을 비롯해 문화와 관광의 중심지인 남한산성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산성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로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에는 이른 새벽 남한산성에서 만들어 도성의 양반들에게 배달했다는 효종갱과 남한산성 소주를 만들어볼 수 있는 인터렉티브 체험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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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역사문화관의 상설전시장의 모습. 2024.11.6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이 밖에도 남한산성역사문화관에는 지하 1층의 보이는 수장고와 함께 1층의 다목적홀·강당·전통 초화정원, 지상 2층의 하늘정원이 있어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고, 다양한 융·복합형 교육·체험 활동을 진행한다.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의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휴관일은 월요일이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