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15년→8월 항소심서 7년으로
4~13년 공범들도 무죄·집유 선고
"대법원은 세입자를 죽음으로 내몬 건축왕 일당의 감형 판결을 파기환송하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속칭 '건축왕' 남헌기 일당의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남(63)씨는 최초 기소된 사건 1심에서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8월 항소심에서 7년으로 감형됐다.
징역 4~13년을 받았던 공인중개사 등 공범들도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김태근 변호사(세입자114 운영위원장)는 "건축왕 전세사기는 한 명의 건물주 지휘 아래 가짜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공인중개사인 일부 공범들에 대해 직접 임대인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러한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가짜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서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전세사기를 벌일 수 있는 판을 열어주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재판을 비롯해 검찰이 남씨 일당을 기소한 사건은 총 3건이다. 그중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한 2차 기소 사건의 재판에선 지난달 17일 검찰이 남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일당 18명에게는 2년~10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10월18일자 4면 보도=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범죄집단조직죄 적용… 검찰 '엄벌의지' 무기징역 구형)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남씨 일당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전국의 다른 전세사기 사건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송파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이철빈 전국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건축왕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평생 모아온 전 재산을 날린 것으로 모자라 거액의 대출채무 때문에 개인회생을 하고 있다. 이런 피해자들을 대거 양산한 가해자 일당을 반드시 엄중 처벌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는 이날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 1천516명으로부터 모은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박순남 대책위 부위원장은 "피해자들이 생계를 뒤로 하고 피해 회복과 가해자들의 엄벌을 위해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낸 지도 2년이 더 되는 시간이 흘렀다. 피해 회복은커녕 일상이 파탄났고 매일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공정하고 엄중한 판결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