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기숙사 건립 두고 갈등 커져
"쪼개기 형사처벌 자수하라" 문구

일각서 '무분별 비판 우려'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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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교내에 총학생회가 주변 원룸 주인 등 상인들을 비판하며 기숙사 신축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설치 되어 있다. 2024.11.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하대학교 신규 기숙사 건립을 두고 총학생회와 대학 주변 원룸 주인 등 상인들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총학생회가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주변 건물주의 전세사기 등으로 학생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현수막까지 내걸자 학생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6일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인하대 캠퍼스 곳곳에는 대학 인근 원룸 등에서 벌어지는 불법 행위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신규 기숙사 건립을 촉구하는 서명을 독려하기 위해 총학생회가 내건 현수막에는 '상생해 왔다고요? 전세사기 러시안 룰렛을 강요당했을 뿐입니다', '원룸 쪼개기는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지금 바로 자수하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인하대가 2027년 개관을 목표로 1천79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상 15층 규모의 행복기숙사(가칭) 건립을 추진하자, 원룸 주인 등 상인들의 반대가 거센 상황이다. 이에 총학생회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중재 요청을 하기 전 학생들에게 연대 서명을 받고 있다.(10월 10일자 6면 보도=인하대 후문 상인들 "신규 기숙사 철회하라")

 

인하대 총학생회 기숙사 신축 촉구 현수막
6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 교내에 총학생회가 설치한 기숙사 신축 촉구 서명 홍보 현수막이 설치되어있다. 2024.11.0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총학생회 현수막에 대한 학내 여론은 분분하다. 재학생 김산중(20)씨는 "신규 기숙사 건립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저러한 현수막을 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김모(25)씨도 "인근 원룸 주인들의 반대로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기숙사 건립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며 "그동안 집주인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본 내용에 대해 충분히 호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무분별한 비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학생 김보민(20)씨는 "새로운 기숙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모든 원룸 주인들이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이들을 모두 비판하는 현수막을 걸어도 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애초 원룸 주인 등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 방안을 찾으려고 했던 총학생회는 타협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러한 현수막들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김진규 인하대 총학생회장은 "4일 기숙사건립반대위원회 측과 만났는데, 무작정 반대만 해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며 "전세사기로 피해를 입은 인하대 학생들이 많은데도 인근 원룸 주인 등이 학생들의 주거를 책임져왔다고 주장해 이를 반박하고자 현수막을 걸었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