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 작가가 처녀작인 '낙엽(La hojarasca)'의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출판사는 "소설가로서 미래가 없다"며 퇴짜를 놓았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콜럼비아의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등단 실패기다. 공포소설의 대가인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은 출판사들이 '캐리'를 줄줄이 퇴짜 놓자 원고를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그의 아내가 쓰레기통에서 건져 낸 원고를 한 출판사가 책으로 냈다. 스티븐 킹의 출세작 '캐리'는 쓰레기가 될 뻔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로 등단한 이혼녀 조앤 롤링의 등단 에피소드가 남긴 희비의 쌍곡선은 극단적이다. 해리 포터 판권을 수백만원에 계약한 덕분에 영국의 작은 출판사 블룸즈버리는 작가와 함께 돈방석에 앉았다. 해리 포터 화수분은 지금도 마를 기미가 없다.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사상 최악의 10대 실수의 주인공으로 출판사를 꼽은 적이 있다. 조앤과 해리 포터를 문전박대한 12개 출판사다. 출판사가 등단의 관문인 서구 문단엔 이런 에피소드가 흔하다.

경향각지의 대표 신문사들은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로 새해 첫 신문을 제작한다. 문단과 독자가 문학의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는 하루다. 신춘문예는 모든 문학도들에게 개방된 등단 오디션이다. 문학전문지 공모와 자비 출판과 같은 등단의 통로도 있지만, 응모자의 배경을 가리고, 원고만으로 문학적 자질을 평가해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신춘문예'는 한국만의 고유한 등단 방식으로 전통을 쌓아왔다.

1987년 1회 당선자들을 배출한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올해도 어김없이 공고됐다. 웹소설 등 등단의 수단은 늘어도 신춘문예에 몰리는 작가지망생들의 열기는 변함이 없다. 경인일보가 고집스럽게 등단의 좁은 문을 유지하는 명분이자 보람이다. 신춘문예 출신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올해 응모 열기는 더욱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신춘문예는 등단의 관문일 뿐이다. 등단 해도 모두 문호, 대가가 될 수 없고 될 리도 없다. 100년 넘는 한국 신문의 신춘문예 역사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만으로도 충분히 값지다. 경인일보도 한강의 기적을 이어갈 신예를 발굴한다는 문화적 신념으로 신춘문예를 이어갈 것이다. 지역 대표언론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공공 의무일 테다. 경인일보 신춘문예 원고 마감일이 12월 2일이다. 미래 대문호를 발굴하는 행운을 고대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