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보다 배로 힘든 쿠팡 심야조
자본주의 속도전에 죽어나는 노동자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감시·견제해야
불편하지만 속도의 편리함 포기하고
모두에게 안전한 노동환경 개선 필요
쿠팡에서 심야조(밤 9시~새벽 6시)로 일한 적이 있다. 원래 밤에 글을 쓰는 올빼미족이라 졸릴 걱정 없고, 코로나 때 폐업했지만 체육관에서 주짓수를 가르치던 시절에 매일 생업으로 운동을 해왔던 터라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새벽 물류 일을 하러 나가보니 컨베이어 속도에 맞춰 상·하차 하는 일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생계 때문에 종종 다니던 건설현장보다도 배로 힘들었다. 중간에 딱 한 번 30분 쉬고 새벽 내내 쉬지 않고 일했다. 반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일이 손에 익어 할만 해지면 컨베이어에 물건을 더 많이 쏟아서 속도를 높였다. 숙련자가 많아 할당 물량을 빨리 끝낸 그룹은 쉬는 것이 아니라 높은 층에서 지켜보던 관리자가 물류가 쌓인 곳으로 이동시켜서 계속 일하게 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로켓의 속도는 시스템이 아니라 물류 노동자들의 땀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냉방 장치는 없었고 선풍기도 보이지 않았다. 창문이 없고 차가 수시로 드나드는 개방된 곳이기에 냉방뿐 아니라 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될 리도 없었다. 일당이 세다고 해서 갔던 건데 손에 쥔 돈은 9만원을 조금 넘었다. 뉴스에선 쿠팡에서 계속 사람이 죽었다. 로켓배송은 없어져야 한다. 배송은 사람이 하는데 로켓처럼 할 수는 없다. 필요한 물건은 미리미리 주문하고 계획해서 구매하면 된다. 계속 속도를 높이면 결국 가장 약한 부분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게 사람이다. 자본주의의 속도전에 사람이 죽는다.
새벽 배송도 없어져야 한다. 누군가는 잠을 안 자고 일하다가 죽는다. 편리함을 위해 사용되는 로켓이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쿠팡은 물류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환경 개선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산업재해로 쓰러진 노동자에게 지병이니 뭐니 핑계를 대지 말고 오로지 피해복구와 건강회복, 보상을 위해 힘써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어서는 안된다. 노동자를 이윤추구의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새벽 배송을 원치 않음에 체크를 하고 인터넷 구매처를 다변화해서, 쿠팡이 더 나은 노동환경을 위해 경쟁하게 만들어야 한다. 새벽 배송을 왜 없애냐, 교대근무를 필수로 해서 일자리를 늘리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가난하고 절실한 사람들이 다른 직장 다른 노동으로 낮에 일하고 밤에 새벽에 물류센터에 와서 또 일하다가 죽는다. 자는 시간에는 다 같이 자야지 나 편하자고 다른 사람을 밤새우게 하면 안된다. 쿠팡을 없애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쿠팡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생활문화가 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 크기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으로선 쿠팡이 누구의 눈치도 안보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이 스스로 경제적 이익을 위한 속도전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없다. 소비자가 감시하고 정부가 단속해야 한다. 국회 전자청원 홈페이지에 '쿠팡 청문회 개최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9일까지 청원 인원이 5만명을 넘기면 소관 위원회에 안건이 회부된다고 한다. 속도는 편리하지만 우리가 속도를 포기한다고 큰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먹고 살기 위해 잠을 포기하고 건강을 포기하고 삶마저 빼앗기는 것보다는 우리가 속도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조금 불편하지만 모두에게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이원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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