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분야, 협업 시너지 대표사례
기상청·환경부·국방부 매년 모여
현황공유, 발전방안 등 논의·협력
예산절감·관측 사각지대 해소 성과
경계 허문 협동, 진정한 적극 행정
융합과 협업의 가치는 비단 문화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현대 사회에서 단일 부처가 독자적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여러 부처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융합할 때 보다 효과적인 정책 운영이 가능하다. 기상청 역시 다양한 정책을 협업 하에 추진하고 있으며, 협업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레이더 분야에서의 자료 공동활용과 기술 교류이다. 기상레이더는 비구름을 탐지해 강수 위치와 양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중요한 관측장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상청뿐만 아니라 환경부와 국방부도 레이더를 운영하고 있는데, 각 부처는 업무 특성과 관측 목적에 따라 레이더 위치를 선정하고 관측 시각과 방법을 달리해 독립적으로 관측망을 운영해 왔다. 기상청은 넓은 지역의 위험기상을 감시하기 위해 주로 해안 등 외곽지역에 11개의 기상레이더를, 환경부는 수문 관측과 홍수 예보를 위해 주요 강 유역에 7개의 강우 레이더를 운영 중이다. 그리고 국방부는 군 작전 지원을 목적으로 군 공항에 9개의 기상레이더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관측망의 개별적인 운영에서는 부처마다 관측 공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상청과 환경부, 국방부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측망 운영체계를 표준화해 자료를 공동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협력의 일환으로 기상청은 국가레이더 공동활용 체계의 첨단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환경부는 관측 체계를 수립, 국방부는 레이더 운영 절차를 총괄하는 등 각 기관의 강점을 살려 효과적으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협력은 2011년에 1단계, 2017년에 2단계 계획이 수립돼 추진됐으며 현재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3단계 계획이 진행 중이다. 세 기관은 매년 한자리에 모여 공동활용 현황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부처 간의 칸막이를 없앤 적극적인 협업은 눈에 띄는 성과를 가져왔다. 범부처 기상 레이더와 강우 레이더 자료의 공동활용은 각 기관이 레이더를 추가로 설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냈으며 그 결과 약 1천6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또한 위험기상 감시에 중요한 고도 1㎞ 이하의 저층 관측 영역이 확대돼, 레이더 관측의 사각지대를 53% 해소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리고 기상청은 지난해까지 총 64건의 기상레이더 서비스와 위험기상 감시 및 예측 정보를 개발해 환경부와 국방부에 공유했고, 레이더 부품과 원천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해 고가의 외산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국산 부품의 국가적 활용을 위한 기술 이전을 통해 공동활용의 취지를 이어가고 있다.
창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동안 세상을 바꾼 위대한 기술들은 기존의 기술들을 융합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경계를 허물고 관료주의의 벽을 넘어서는 협업이야말로 진정한 적극 행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더 분야에서의 범부처 공동활용은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기상재해와 위험기상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확신하며, 앞으로도 기상청은 다양한 협업을 통해 국민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장동언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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