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지키자' 의지 표명한 민주당
명언대로 고소득층서 표 얻었지만
트럼프 극우 마케팅 넘을 수 없어
이번 대선, 비흑인 유색인종이 결정
낮은 곳 마음 얻어야 품격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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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우 작가
2016년 힐러리와 트럼프가 맞붙었을 때 미셸 오바마는 "When they go low, we go high"로 회자되는 연설을 한다. 막말과 혐오를 쏟아내는 트럼프가 인기를 끌더라도 품위를 지키자는 의지의 표명이다. 비록 선거는 전국투표에서 지고도 경합주를 신승한 트럼프의 승리로 귀결됐지만 이 연설은 시대의 명언으로 남았다. 트럼프의 귀환을 알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토를 너무 잘 실현하는 바람에 대권은 물론 상하원까지 내주게 된다. 심지어 1992년 이래 단 한 번밖에 지지 않은 전국투표마저 패배했다. 태도에서는 저열하지 않되 정책에서는 트럼프보다 더 낮게 가야했지만 그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지난 3번의 대선에서 소득별 지지율을 보면 달라진 계급투표가 눈에 띈다. 민주당은 연소득 3만~5만달러 미만 가구로부터 각각 52%, 56%, 45%를 득표했다. 트럼프는 41%, 43%, 53%로 세를 늘리며 가난한 이들을 파고들었다. 5만~10만달러 미만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46%, 56%, 46%를 얻을 때 트럼프는 49%, 42%, 51%를 획득했고,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을 포괄하는 계층에서 민주당을 앞섰을 때 본 선거도 가져갔다. 10만~20만달러 미만의 고소득층에서는 민주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세 후보가 47%, 41%, 51%일 때 상대는 48%, 58%, 47%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비로소 트럼프를 꺾었다. 하지만 전체 선거는 참패를 당했다. 20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2020년 바이든과 트럼프는 동률을 보였는데 해리스는 51대 45로 완승을 거뒀다. 힐러리는 20만~25만달러 미만에서 2%p 우위를 점하고 25만달러 이상에서는 비겼다.

결국 고소득층에서 이기고 그 이하 계층에선 역전을 당한 2024년 선거에서 민주당은 대패를 맛봤고 이와 유사했던 2016년에도 경제난이 최대 이슈인 경합주를 놓치며 대권을 넘겨줬다. 민주당은 자부심 어린 명언 그대로 트럼프가 저소득층을 공략할 때(When they go low), 고소득층의 표를 얻었지만(We go high) 어리석게도 정책과 선거결과에서 이를 구현하고 말았다. 해리스가 내세운 중산층 복원과 같은 낡은 슬로건으로는 트럼프의 열정적인 극우 마케팅을 넘을 수 없었다.

미국의 저소득층이 표출하는 경제적 고충을 보면 트럼프의 망발 때문에 적게 이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출구조사에서 물가상승으로 심각한 곤란을 겪었다(22%)와 중간 정도 곤란을 겪었다(53%)의 합이 75%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소득별로 다른 양상과 누적이다. 2021년 11월 조사에서 심각한 곤란이 10%, 중간 정도가 35%였지만 2023년 4월에는 15%와 46%로 가중되었다. 이 흐름이 악화돼 이번 선거에서 폭발한 것이다(전자의 트럼프 지지율은 74%, 후자는 51%). 민주당의 완승으로 평가되는 2022년 11월 중간선거 직후에는 심각한 곤란이 13%, 중간 정도가 32%였는데 이때 집권 민주당에 지지를 보냈음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저소득층이 들고일어난 셈이다. 이미 2023년 조사에서 4만달러 미만 가구의 29%가 심각한 곤란을 토로했고 46%가 중간 정도 곤란을 보고한 바 있다.

이번 미 대선은 비흑인 유색인종이 결정지은 판이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 가운데 흑인은 트럼프 쪽으로 소폭 이동했지만 그외 인종은 대거 옮겨갔다(2020 대비 트럼프 지지율 증가: 흑인 1%p, 라티노 14%p, 그외 8%p).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고졸 남성과 여성은 압도적 지지를 보냈기에 이번 선거는 고물가에 시달리며 불법이민자와 일자리 경쟁을 하는 저소득 유색인종이 민주당에 든 회초리 성격이 강하다. 실제 출구조사에서도 라틴계의 경제적 불만이 가장 악화되었다.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지 않고 지지를 얻는 정치가 어려워진 시대이다. 이럴수록 "When they go low, we go LOWER"를 되새겨야 한다. 이번 미 대선은 낮은 곳의 마음을 얻어야 높은 품격도 지킬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장제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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