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길 영감이 된 나들길 원조 강화도
고재형 선생, 한시에 담아 심도기행 만들어
선생 뜻 살려 순례길 학교 정신으로 잇고파
인천 걷기전통 이어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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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주 순례길 학교 대표·법무법인 안다 대표 변호사
우리나라 대표적인 길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제주 올레길을 바로 떠올린다. 그런데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그 길의 영감을 강화도 나들길에서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강화도 나들길은 역사와 자연풍경을 누릴 수 있는 강화도 곳곳을 다니는 길로 총 20개의 코스 310.5㎞로 구성된 길이다. 서 이사장이 강화도에 와서 동네마다 걸을 수 있는 길을 보고 자기 고향인 제주도에 그런 길을 만들면 좋겠다고 하여 시작한 것이 제주 올레길이다. 제주 올레길은 동네 마실길처럼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산책길인데 지금 일본과 몽골까지 올레길 문화가 전파되었다. 일본 규슈의 18곳, 센다이 미야기의 5곳, 몽골의 초원길 3곳에 올레길이라고 이름 붙인 곳들이 생겼다. 즉 인천 강화도는 이런 길들의 원류격이다.

강화도 나들길의 기원을 찾다보면 특정 인물과 연계된 지점이 많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화남(華南) 고재형(1846~1916) 선생이다. 화남 고재형 선생은 강화도 출신의 선비다. 화남 선생은 환갑이 된 1906년에 강화도 전역의 마을과 명소 200여 곳을 둘러보고 사람들을 만나 '심도기행(沁都紀行)'을 남겼다. 여기서 심도는 강화도를 가리킨다. 화남 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에 의해 일제에 의하여 외교권이 박탈당하게 되자 시름을 잊기 위해 강화도의 이름다운 마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직접 강화도 전체를 순례했다. 화남 선생은 강화도의 이름다운 모습을 한시 256수에 담았고, 주석을 곁들여 심도기행을 만들었다. 지금도 강화도 일대를 걸으면 화남 고재형이 남긴 한시를 마을 입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필자는 인천 강화도에서 순례하고 한시를 남긴 화남 고재형 선생님의 정신을 살려 순례길 학교의 정신으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가 만든 강화 나들길은 서영숙 이사장에게 영감을 주었고, 우리나라 둘레길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9월23일 최종 완성한 코리아 둘레길은 모두 4개의 길로 구성되어 있다. 서해랑길, 남파랑길, 해파랑길, DMZ평화의길 등이다. 코리아 둘레길은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며 함께 걷는 길'을 비전으로 '평화·만남·치유·상생'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중 강화도에서 시작하는 길이 서해랑길과 DMZ평화의길 등 2개나 된다. 코리아 둘레길은 우리나라 국토 외곽으로 순환하는 4천500㎞의 장대한 길인데 두 개의 길의 시작점이 있는 인천 강화도가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화남 고재형 선생이 국토의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하면서 순례했던 뜻이 코리아 둘레길에서 이루어질 것 같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둘레길, 순례길 등 사람들이 다니면서 무언가를 느끼게 만드는 길을 만든 원조가 인천에 있었다. 그러므로 인천은 화남 고재형 선생의 정신을 비롯해 섬과 산이 많은 자연 지형을 통한 걷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코리아 둘레길의 수도가 될 만하다. 걷는 길의 정신으로는 화남 고재형 선생의 뜻을 세우고, 걷는 길의 시작으로는 인천만한 곳이 없다. 인천의 상징이 'All ways Incheon' 아니던가.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 인천은 바다와 하늘 길의 중심이다. 또한 땅의 길도 인천이 국토의 중심이다. 그래서 모든 면에서 걷는 자의 수도로 인천이 적합하다. 이런 취지로 의미 있는 길을 걸어가는 순례길 학교가 인천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화남 고재형 선생의 뜻을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천의 걷기 전통을 이어가서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제 인천은 코리아 둘레길의 수도가 되자! 그러한 전통과 지리를 가졌으니 그렇게 만들면 된다. 인천의 걷는 시민과 공무원들이 힘을 합하면 가능하다. 인천이 둘레길의 수도가 되면 많은 걷는 사람들이 인천에 올 것이다.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을 한 바퀴 돌자. 끝으로 나는 이같이 외치고 싶다. 오라 인천으로! 걸어가라 인천부터! 다 같이 돌자 전국 코리아 둘레길!

/조용주 순례길 학교 대표·법무법인 안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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