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과중·인력부족에 극심한 피로
분반·보조교사 배치 등 대안 필요
성인장애인 취업·자립에도 힘써야
특수 교사들 헌신 헛되지 않도록
정부·사회의 촘촘한 지원 절실해
친구에게 보낸 카톡에서 '죽어버릴 것 같음'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었다. "특수학생이 8명 과밀학급이어서 2명이나 법정정원 초과입니다. 우리 학교가 특수학급 분반을 할 수 있도록 특수교사를 보내주세요." 이는 지난 10월24일 사망한 H초 특수교사와 해당 학교가 인천시교육청에 올해 여러 차례에 걸쳐 절박하게 건의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건의는 통하지 않았다. 특수교육법 27조에는 초등학교의 경우 특수학급 학생 6명이 한반이며 7명 이상이면 분반을 하도록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침은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지난주에 경기도 장애인평생학습축제에 함께 자리한 적이 있었다. 특수학교를 졸업한 성인 장애인들이 다니는 장애인성인야학이 합동으로 축제를 열었다. 장애아들이 특수학교를 졸업하면 의지할 곳이 없는 실정이다. 주간보호센터를 보내기도 하고 이러한 장애인 성인야학을 보내기도 하지만 지원체계가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 이 땅에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등록장애인 수는 무려 260만을 넘어서고 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장애노인의 지속적인 증가로 그 숫자는 계속 증가추세이다. 장애를 안고 있는 성인들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를 보다 강화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놓여 있다.
다시 특수교사 문제로 돌아와서 무엇이 그 젊은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을까? 우선 과중한 업무부담을 들 수 있다. 특수교사는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개인별 맞춤식으로 지도해야 한다. 학생들의 특성과 필요에 따라 수업 내용과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하며 종종 행동 문제나 의료적 지원까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특수교사는 충분한 인력 지원 없이 홀로 학생들을 담당하고 있다. 주당 29시간의 수업은 이미 일반 교사보다 높은 수치이며 여기에 추가적인 행정 업무, 보호자 상담, 학생 관리까지 겹쳐져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학교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보조교사가 제대로 배치되지 않고 있으며 담임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지도하는 일은 일반인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다.
특수교육의 문제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지속된다. 특수학교를 졸업한 성인 장애인들은 대부분 취업이나 자립을 이루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으며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한 실정이다. 성인 장애인은 학교를 떠난 이후 돌봄과 교육의 공백 상태에 처해 있으며 특히 직업 훈련과 사회 적응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절실하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성인 교육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많은 성인 장애인들은 고립되거나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는 특수학교 졸업 후의 지원책이 매우 부족한 현실을 보여주며 더 많은 관심과 정책적 대책이 필요하다.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이후 검은 점들이 여의도에 모여 10여 차례의 집회를 통해 교권문제를 외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 다시 인천에서 발생한 특수교사의 비극적인 사건은 특수교육 현장의 심각한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우리 모두를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장애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교사들의 헌신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특수교육과 더불어 졸업 후 성인 장애인을 위한 교육과 지원 확대에도 함께 힘써야 한다.
특수교사들이 더 이상 혼자 고통을 감내하지 않도록, 그리고 이들이 맡고 있는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의 촘촘한 지원이 절실하다.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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