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기자회견서 원론적 입장표명 그쳐
국내정치 혼란, 국제환경에서 예측불가 예고
정국, 언제까지 혼돈의 소용돌이로 갈 것인가
민심과 동떨어진 여당, 보수 앞날 암울하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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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정국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의 주요 논점은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씨의 통화 및 연락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납득할 수 있는 해명과 김건희 여사의 특검에 대한 입장 등이었다. 그 밖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요구했던 사항에 대해 향후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특검은 위헌이고, 야당의 정치선동이며,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임기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 받아든 레임덕에 가까운 지지율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김 여사 특검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기자회견에서 12번에 걸친 사과를 하면서 자세를 낮췄지만 사과의 이유와 대상도 모호했다. 인적쇄신이나 개각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 시국의 엄중함과 민심의 분노의 임계점에 대한 성찰이 사과에 배어나오지 않았다. 그 반영이 특검에 대한 시각이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이유이며, 정국 반전의 모멘텀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향후 정치의 흐름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이미 시동을 건 대통령 하야, 임기단축 전제 개헌, 정권퇴진 등을 공세적으로 강화하고 나서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곧 다가올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을 것이다.

향후 정권의 변화와 쇄신은 비상한 형태로 구현되지 않으면 정권은 급전직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은 걸 명태균 사태의 진앙'으로 진단한 것으로 보이는 언급을 했다. 윤 대통령의 인식이 여전히 안이하고 한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단적으로 방증하고 있다. 국정운영의 기조도 변치 않는 상태가 이어지고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 등이 반복되면 '탄핵'은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을 느끼더라도 야당의 통제를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탄핵은 진영 대결의 골을 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깊이 파이게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기각이 되든 인용이 되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당파의 유불리나 정파적 이해를 떠나서 국가적으로 막아야 할 일이다. 이대로 정국이 혼돈의 연속으로 간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도 알 수 없다. 미국 트럼프 당선으로 대외적 불가측성이 증가하고, 안보 역시 미국·북한의 직거래로 한국이 패싱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제적 환경에서 국내정치의 혼란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맞물리면서 일대 혼전이 예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 타워가 흔들리면 야당의 수권 기회가 증가하므로 야당은 쾌재를 부를지 모르지만 정상적 상황에서의 정권교체가 아니면 교체된 정권도 성과를 낼 수 없음을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경험했다.

민주당은 정권의 급전직하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이슈에서 벗어나고 법원이 이에 영향을 받을거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번 주 15일과 25일 이 대표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예고되어 있다. 정국이 언제까지 이러한 여야의 리스크와 그 방탄 속에서 혼돈의 소용돌이로 갈 것인가.

민심과 동떨어진 여당 핵심들의 태도와 인식은 보수의 앞날을 암울하게 한다. 자칭 진보라는 민주당은 정권의 정치적·도덕적 타격에 힘입어 파상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정국의 혼돈을 넘는 국가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공익을 위장하여 권력을 농단하기는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야당의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1위이고, 여권의 난맥은 이를 강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은 사법의 정치화를 우려하고, 여권의 독선과 무능이 이를 더욱 강화하는 기제가 된다고 믿고 있다. 결국 해법의 키는 대통령이 갖고 있다. 야당에서도 허물없는 후보가 나올 때도 되지 않았는가. 윤석열 대 이재명의 '적대적 공생'이 자칫 '적대적 공멸'로 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