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이승묵이 영감 얻은 음악과 소리들

어두운 공간 오로지 소리로 채운 ‘듣는 전시’

 

28일까지 인천 용동 권번 계단 옆 ‘공소’ 개최

이승묵 개인전 ‘묵음’ 포스터.
이승묵 개인전 ‘묵음’ 포스터.

개항기를 중심으로 근대 음악을 발굴·연구하고, 공연·음반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인천 콘서트 챔버 이승묵 대표가 이번엔 음악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이승묵 대표는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인천 중구 옛 인천 용동 권번 계단 옆 건물 ‘공소’(중구 우현로62번길 37)에서 개인전 ‘고요한 마음의 소리: 默音/묵음’을 개최합니다. 지난해 10월 개최한 전시 ‘이승묵 예인관’에 이은 두 번째 개인전입니다.

보통 음악 전시라 하면, 악보나 악기 등 오브제를 채우고 동선을 만들어 관람객에게 보여줍니다. 지난 ‘이승묵 예인관’ 전시도 각종 오브제를 통해 이승묵 대표가 클래식 타악기 연주자에서 근대 음악 연주자·기획자·연구자로 나아가는 과정을 서사적으로 보여줬죠.

그런데 두 번째 전시 ‘묵음’은 이승묵 대표에게 영향을 끼쳤거나 직접 제작한 음악을 실험적인 방식으로 선보입니다. 전시장은 어둡고 텅 빈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소리만 흘러나옵니다. 이승묵 대표가 선곡한 음악과 함께 그가 음악적 고민과 갈증을 겪었을 때를 기억하면서 당시 주변에 존재했던 ‘백색 소음’이 열거됩니다.

소음은 일정 시간 동안 재생되다가 자연스럽게 특정 음악 작품으로 변화하며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고민의 과정은 백색 소음으로 표현하고, 그 고민의 결실이 바로 음악 작품이 되는 것이죠.

오롯이 소리뿐인 독특한 전시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비워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연출했습니다. ‘보는 음악’이 대세인 시대에 ‘듣는 음악’으로 음악의 본질을 찾는다는 게 이승묵 대표의 생각입니다. 나아가 공연 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음악 작업이 가능한 음악가의 확장성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서두에 밝혔듯, 이승묵 대표는 유일무이한 작업을 펼치는 음악가이자 연구자이자 문화예술 기획자입니다. 그가 자신의 예술에 대한 가치관을 전시하고 싶은 만큼이나, 그의 세계관을 탐구하고 싶은 이들이 많습니다.

인천 개항기를 비롯한 근대 시기 음악을 공연·음반으로 내놓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음악 투어 프로그램 ‘걸어서 인천 음악 속으로: 인천 근대 음악 투어’를 운영하면서 현장성을 확대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귀한 작업을 끊임없이 지속하는, 참으로 부지런한 예술가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음악은 이승묵의 음악이기도 하지만, 근대 음악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들어볼 만한 플레이리스트이기도 합니다. 음악 리스트에 포함된 당대 최고의 가수 이화자의 ‘월미도’(1936년 발표작) 같은 곡은 이승묵 대표만 갖고 있는 음원이죠. 인천 콘서트 챔버의 복원작도 들을 수 있습니다. 한때 인천에 머물렀던 일본 최고의 근대 음악가 2인, 미야기 미치오와 고가 마사오의 음악을 비교하면서 들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시를 준비한 이승묵 대표 이야기를 들어보죠.

“음악은 시간 예술입니다. 한 번 지나고 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쌓여 제 삶을 음악가로 만들었습니다. 제게 ‘묵음’은 쉼표가 아닌 소리가 없는 음표입니다. 고요하게 마음에서 울리는 음악들을 전시 공간에 채우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공간을 비우는 전시가 아닌 저만의 방식으로 가득 채우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전시는 매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열립니다. 전시장에서는 매 시간 어떤 음악이 나오는지를 알려주는 시간표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인천 근대 음악 투어’ 출발 장소인 인천역이 ‘묵음’ 전시장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만한 거리입니다. 전시도 관람하고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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