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날리는 '힙한 로컬 콘텐츠'


서울 연남동에 '로컬 팝업 스토어' 열어
인형과 '어깨빵'· 참참참 게임으로 극복
인천 유나이티드·인천탁주 등 굿즈 전시
'리치 앤 피스' 이미지 젊은이들에 어필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연남동 스몰타운스몰에서 부평구문화재단이 운영한 로컬 팝업 스토어 '부평 지하던전' 입구 모습. 2024.11.9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연남동 스몰타운스몰에서 부평구문화재단이 운영한 로컬 팝업 스토어 '부평 지하던전' 입구 모습. 2024.11.9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힙스터'(Hipster)라는 세계적 문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힙하다'라는 신조어로 통용된다. 요즘 젊은이들을 일컫는 이른바 'MZ세대'의 문화 소비 경향 또한 '힙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의 뜻으로 정의할 수 없는 말이지만, '개성이 강하다' '최신 유행만을 좇지 않는다' '오래된 것(레트로·Retro)이나 부정적인 것(밈·Meme)조차 참신하게 보는 태도' 등의 공통 요소를 찾을 수 있다. 비주류 문화로 인식되는 '서브컬처'(Subculture)가 이러한 현상에 호응하며 주류로 편입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그 지역만의 색깔을 띤 '로컬 콘텐츠'가 '힙하다'와 결합해 또 하나의 문화 현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로컬은 힙하다'라는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 연남동, 성수동,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 등이 '힙한 로컬'의 선두 주자다.

인천에서는 이러한 경향으로 중구·동구 일대의 '개항로 프로젝트'가 주요 사례로 꼽힌다. 개항로 프로젝트는 인천에 대한 부정적 도시 이미지이자 금기어처럼 여겨지는 '마계인천'을 유쾌하고 힙한 상징으로 적극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인천광역시 안에서도 고유한 색깔을 내고 있는 도시 부평은 어떨까. 부평구문화재단은 '문화도시부평' 사업으로 2021년부터 ▲서브컬처의 잠재력을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언더시티 프로젝트' ▲도시 브랜드를 담은 '굿즈 제작사업' ▲1990~2000년대 부평을 조명한 역사문화자원 발굴·아카이브 '응답하라, Y2K 부평' ▲그래피티 아트월 프로젝트 '부평에 그래피티 벽을 허하라'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로컬 콘텐츠를 생산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지원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부평은 이미 수년 동안 '문화도시부평'으로 로컬 콘텐츠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그 중간 결실로 부평구문화재단은 최근 '팝업 스토어의 성지'라 불리는 서울 연남동에 부평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로컬 팝업 스토어 '부평 지하던전'을 열기도 했다.

지난 9일 오후 북적이는 경의선숲길을 지나 연남동 스몰타운스몰에 문을 연 부평구문화재단 로컬 팝업 스토어 '부평 지하던전'을 찾았다. '부평 지하던전'은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운영했다. 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인천 부평의 팝업 스토어를 열었는지, 그곳을 가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서울에서 부평이란 도시를 체험하고자 하는 방문객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건물 전면에는 내려진 '셔터'에 팝업 스토어에서 전시·판매하는 로컬 굿즈들의 이미지를 표현한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었다. '부평 지하던전'이란 이름은 복잡하게 미로처럼 얽혀 있어 '던전'(비디오 게임에 많이 등장하는 미로)이라 불리기도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부평 지하상가'를 가리킨다.

체험형 팝업 스토어다. '부평 지하던전'에 입장하니 어두컴컴한 푸른 조명에 미로처럼 좁고 긴 통로가 나왔다. 그렇다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붉은 망토를 두른 안내자가 "우리 함께 마계인천이란 이미지를 깨부숴 볼까요"라고 제안하며 M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진 편견 혹은 부정적 도시 이미지를 유쾌하게 날리는 게임 참여를 유도했다.

"부평에 오면 '어깨빵'(어깨 부딪힘)을 조심해야 한다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요. (팝업 스토어 내) 인형들을 그냥 헤쳐 지나가세요."

"지하던전(부평)에서는 눈을 마주치면 싸움이 난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눈 마주치기 '참참참' 게임을 통해 편견을 깨볼까요?"

'부평의 편견'을 깨는 게임을 끝내면 로컬 굿즈 전시장을 만날 수 있다. 인천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소성주의 '인천탁주', 부평역 앞 비건 카페 '두유럽미', 업사이클링 굿즈 공방 '원스텝리사이클', 로컬 콘텐츠 스튜디오 '인천 스펙타클', 굴포천과 부평시장 농산물 등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문구를 내놓은 '자그네' 등이 팝업 스토어에 참여했다.

팀 상징을 그래피티로 표현한 의류를 제작한 인천 유나이티드 굿즈는 연남동까지 찾아온 인천 서포터스들의 구매 행렬에 추가로 제작해야 했다. 현장 시음회를 진행한 '인천탁주'의 프리미엄 막걸리 '쌀은 원래 달다'에도 방문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들 굿즈는 지역 업체·대학·예술가와 협업해 제작됐다.

이날 '부평 지하던전'을 체험한 한 20대 여성(서울 거주)은 "부평에 가본 적은 없는데, (팝업 스토어를 경험해 보니) 독특한 동네일 것 같다"며 "주말에 시간을 내서 부평 지하상가에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평구문화재단은 부평구 평리단길에 있는 카페 더즌매터에서도 오는 24일까지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부평구문화재단 관계자는 "어두운 도시 이미지가 아닌 부유하다는 의미의 '부'(富)와 평화롭다는 의미를 지닌 '평'(平)이란 도시 이름에서 영감을 받아 '리치(Rich) 앤 피스(Peace)'라는 이미지로 젊은층에게 어필하고자 했다"며 "힙한 로컬의 대표적 장소인 연남동에 팝업 스토어를 연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