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직장생활 '인생만사 새옹지마'
행복·불행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퇴직의 순간
새로운 출발선서 인생 황금기 위해
세 번째 30년에 대한 준비 필요해
남들이 그러는 것처럼 저도 서른 무렵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직장에 들어갈 때도 입사 성적이라는 게 있었지요. 아마 신입사원을 배치하기 위해 필요했을 겁니다. 그렇게 직장에 들어가 3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깨달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입사 성적이 좋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일찍 승진하거나 좋은 보직을 받게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었지요.
처음에는 좋지 않은 보직을 받았던 사람이 꾸준한 노력을 통해 오랫동안 살아남은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또 좋은 보직에서 잘 나가다가 하루 아침에 꺾어지는 사람도 있었지요.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고 환호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일찍 백수가 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또 학생 때 공부를 잘했다고 해서,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30년의 직장생활이 보장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 사례들을 볼 때마다 제가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 인생의 모든 일, 특히 행복과 불행은 변화무쌍하므로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뜻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연수생 시절을 포함해 25년여의 공무원 생활 동안 스무번 가까운 인사가 나면서 수도 없이 되새겼던 말이지요. 덕분에 공직생활을 마치면서도 그다지 마음을 다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홀가분하기까지 했지요.
번듯한 직장에 근무하던 분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분은 최근에 포클레인 운전 자격증을 따셨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니 평생 펜대만 굴리고 살다 보니 퇴직이 가까워지자 걱정이 되었다는 겁니다. 가진 재주나 기술이 없으니 퇴직 이후의 삶이 걱정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분은 속칭 '노가다'라고 불렸던 분들이 지금 보니 기술도 있고, 정년도 없고 오히려 부러워 보이더라는 말씀을 보태셨습니다. 퇴직이 가까우신 분이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던 곳에서 퇴직한 이후에는 어떨까요. 누구나 퇴직의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는 뜻이지요. 그동안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직위에 있었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30년은 서른 무렵 새로운 직장에 취직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적응을 위해 또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철저한 준비도 필요하지요. 아무런 준비 없이 그 길에 나선 선배들의 어려움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처음으로 공무원의 정년을 65세로 정했습니다. 아마도 그 시절 평균수명으로는 정년 퇴직을 하면 지금처럼 몇 십년을 더 살기는 어려웠을 테지요. 퇴직 이후 몇 년을 쉬다가 인생을 마무리하면 아주 잘 살아낸 인생으로 평가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도 너무 달라졌습니다. 퇴직 이후 다시 30여 년에 가까운 세월이 주어졌지요. 길어진 인생이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두번째 30년을 준비했던 것처럼 세번째 30년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100년을 넘게 사신 김형석 교수께서는 인생의 황금기를 65세에서 80세라고 하십니다. 이제 팔순에 들어선 나태주 시인께도 여쭈어보니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나이대를 살아보셨으니 맞는 말씀이겠지요.
아직 오지 않은 황금기를 위해 세번째 30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다짐해 봅니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